17. 사이프러스 아로마- 요가독
요가 영상에는 강아지가 자주 등장한다.
다운독, 업독을 우리 인간들이 참고해야 할 만큼 정확하게 해내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주인이 요가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무심히 쳐다보다가 잠드는 강아지도 있고, 요가를 하고 있는 주인에게 매달리거나 주변을 왔다 갔다 놀아달라는 강아지도 있다. 개중에는 뛰어난 요가 실력을 지녀 주인과 나란히 요가를 하는 강아지도 있고 심지어 사람에게도 어려운 아크로 요가를 하는 강아지도 있다.
“우리 집 강아지라고 못하라는 법은 없지!”
강아지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다운독, 업독을 시작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주의를 끌어 보아도 강아지는 고개만 갸우뚱,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자기 침대로 들어가 버렸다.
이 생명들에게는 그 쓰임새가, 목적이 정해져 있나 보다.
사냥견은 사냥이 목적일 것이고, 안내견은 주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안내하는 것이 그 쓰임새일 것이고, 마당의 듬직한 강아지는 든든하게 집을 지킬 것이다. 어쩌면 노인이나 환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치료견 Therapy Dog처럼 요가를 하는 요가견 Yogi Dog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우리 집 강아지는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관리견'인 것 같다. 실내에서는 볼일을 보지 않는 신사라 하루에 세 번씩 산책을 나가고 그마저도 뛰어난 체력으로 한 시간 정도는 거뜬히 걷고 들어오는 덕에 우리 가족들은 번갈아가며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씩은 산책을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존재 자체가 치유이다. 집에 들어오면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내 옆에 자기 몸을 뉘어 온기를 나눠주고 끊임없이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 사랑을 갈구하는, 그래서 나로 하여금 무조건적인 베푸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하루에 세 번씩 외출하는 강아지의 발을 매번 샴푸로 닦이면 피부에 큰 자극이 된다. 그렇다고 흙발로 침대에 오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아로마 발바닥 세정젤을 만들어 사용한다.
보습을 위한 알로에베라겔과 글리세린에 항균을 위한 사이프러스(편백) 하이드로졸과 티트리 에센셜 오일을 잘 섞어 용기에 넣으면 우리 강아지를 위한 천연 풋워시가 된다. 두툼한 종이타월이나 수건에 발바닥 세정젤을 묻혀 발바닥을 문질러주면, 물이나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하게 흙먼지를 제거하며 보습효과까지 줄 수 있다.
사이프러스의 차갑고 수렴하는 성질은 과도한 땀을 줄여주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발 냄새 제거용 방취제로서 사람에게도 적용한다. 뛰어난 수렴작용 덕에 부종, 정맥류, 과다출혈, 과다월경, 설사, 치질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사이프러스는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고대 이집트에서 관을 만들 때 사용되었고, 그리스에서는 묘지에 심었다. 때문에 슬픔과 위안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깨끗하면서도 에너지 가득한 향은 심리적으로 내적, 외적으로 힘든 변화를 잘 대처하고 수용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강아지와 함께 요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부럽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우리 집 강아지는 우리 가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책임자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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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