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냄새

나는 사실 바다냄새를 맡으려고 서핑보드를 산 거에요

by 담다리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보면 코로 바다를 물씬 느낀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 아침에는 상쾌한 냄새가 난다. 시골아침의 찬 공기 냄새를 느끼며 바다에 들어간다. 비몽사몽.. 내 수트에서 나는 네오플랜 냄새를 맡으며 얼른 바다가 수트냄새를 씻어내 주기를 바란다. 해가 하늘 높이 뜨기 시작하면 소금 냄새가 코 속을 채운다. 내 얼굴에 묻은 바닷물이 마르면서 나는 냄새이리라. 저녁에는 해조류가 밀려와 비릿하고도 시원한 냄새가 난다. 저녁마다 맡는 이 냄새는 군청색이다. 이 냄새가 날 때 쯤엔 아쉬우면서도 저녁밥에 대한 기대로 기분이 좋다. 마무리의 냄새.


문득 강원도의 바다 냄새는 부산의 냄새보다 청량하다. 강원도 바다의 냄새에 미더덕 한 스푼 넣어야만 부산바다 냄새가 난달까. 동해에는 미역 같은 해초가 적으니까 그렇겠지? 그 대신 강원도의 바다에서는 소나무 냄새를 어렴풋이 맡을 수 있다. 아아, 강원도에서 맡는 바다는 초록빛이다. 지금 이맘 때는 송진냄새도 잔뜩 난다. 바다의 향과 송진의 향이 섞여서 코를 시원하게 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코로 흐읍 들이마시고만 있고 싶은 냄새다. '솔의 눈'에 미더덕 한 방울. 눈을 감아도 산과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해질녘 보드 위에서 보는 하늘에는 바다와 해와 달과 별이 공존한다. 하늘은 어디까지인지 바다는 어디부터인지 분간할 수 없다. 흐릿한 하늘색의 바다와 옅은 바다색의 하늘이 이어지다가는, 곧 그 사이 어디쯤에 파스텔핑크색이 번진다. 황홀한 자연의 색깔. 정신 놓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그 모든 색이 옅은 남색으로 덮인다. 그 때는 저 멀리서 노란색 점들이 보일 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어느 새 남색 사이로 해는 없고 노오란 달만이 남아 있다. 아까보다 더 진한 색의 달이다.


5월 22-23일, 물치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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