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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예술품 경매에참고할 만한 정보들

[카카오플백30일]매일현대미술 감상하기27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프로젝트100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예술 작품 하면 ‘경매’가 우선으로 떠오르지만 경매에 참여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구경한 적은 있어요. 제가 알고 있는 경매에 관한 몇 가지 정보들을 소개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쓴 글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전통적으로 미술작품은 '작가 > 갤러리 > 컬렉터 > 경매회사 > 다른 컬렉터' 순으로 유통됩니다. 그 관행을 깬 작가가 바로 데미안 허스트죠. 본인의 작품 223점을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더비 경매로 내놓았습니다. 보통 경매 수수료는 20퍼센트 가량 됩니다. 데미안 허스트와 경매회사 모두 큰 수익을 얻은 셈이죠.  



하지만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로, 고가의 경매는 갤러리나 컬렉터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천차만별이지만, 경매장에서 결정된 작품 낙찰가와 경매회사가 제시한 추정가는 작가의 명성과 그의 전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죠.  


경매 낙찰가와 추정가는 다른 곳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미국은 작품을 사고팔 때 얻은 수익의 28%를 세금으로 책정하는데 미국 국세청이 신뢰하는 정보는 경매 낙찰가입니다. 미술품 담보 대출 시 은행권에서도 작품의 경매 기록을 참고하여 대출금액을 결정하죠.    


경매 시장에 고가의 오래된 작품이 나오는 경우


경매 시장에 작품이 나오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보통 컬렉터의 죽음(Death), 빚(Debt), 이혼 시 재산분할(Divorce)을 해결하기 위해 평소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고가의 미술품이 경매에 주로 나옵니다. 


2009년 2월 전 세계의 주요 컬렉터와 갤러리스트들이 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2008년 6월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입생 로랑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가 그와 함께 수집한 50년간의 컬렉션을 경매했기 때문인데요. 경매를 주관한 크리스티는 120만 달러(한화 13억여 원)를 들여 파리의 그랑 팔레를 빌리고 내부를 꾸며 3일간 690점의 작품을 경매로 진행했습니다. 판매 대금 대부분은 에이즈 후원단체에 기부했습니다. 



1980년대 소더비는 호주 사업가 앨런 본드에게 반 고흐의 유화 <아이리스>와 소장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었는데요. 본드가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소더비는 <아이리스>와 그의 컬렉션을 상환 자금으로 압수하고 게티 미술관에 막대한 금액으로 되팔았다는 이야기는 꽤 알려져 있죠.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미술 경매회사는 경매 전 최저 작품 예상가의 40%까지 고객에게 융자해주는 제도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경매회사들이 삼는 작품 예상가의 기준은 미술사적 가치, 작가의 미학, 시장에서의 인기 등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반 고흐의 <아이리스>



소더비 vs 크리스티 


미술품 경매의 양대산맥이죠. 최근 10-20년 사이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강력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일단 소더비는 경매회사에 홍보 전문가와 금융전문가를 영입해 투자 회사처럼 탈바꿈했죠. 경매 가격과 추정 가격을 기재한 카탈로그를 제작해 배포하고, 금융전문가와 협력해 경매 가격 기준으로 작품 지표를 만들고 투자상품으로써의 작품 가치에 대한 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작품을 단순히 소장하는 것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죠.  



크리스티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아닌 소비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1988년 프랑스 럭셔리 그룹 PPR의 대주주인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구찌, 발렌시아, 입생 로랑 등)가 크리스티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크리스티는 상류층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겨냥한 최고의 명품회사로 변신하게 되죠. 피노 회장은 2003년 경영권을 아들에게 모두 넘기고 현재는 오직 미술품 일에만 매진하고 있는데요. 피노가 주목하는 작가들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파리에 있는 피노 컬렉션 뮤지엄


경매 용어

위탁자(Consigner): 작품을 팔기 위해 내놓는 사람 

응찰자(Buyer): 작품을 사기 위해 응찰 등록을 한 사람 

추정가(Estimated price): 작품 시세 가격. 경매회사에서 해당 작품의 시장 가격을 추정해 낮은 추정가와 높은 추정가로 가격 범위를 제시한다. 

내정가(Reserved price): 경매 전 위탁자가 경매회사에 최저로 요구한 판매가로 내정가는 경매 도록에 명시되지 않는다. 

낙찰가(Hammer price): 작품이 누구에게 얼마에 팔렸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가격. 경매사가 낙찰을 알리는 순간 망치로 두드리기 때문에 ‘해머 프라이스’라고도 한다. 

개런티(Guarantee): 낙찰 여부에 상관없이 경매회사가 위탁자에게 보장해주겠다고 한 작품 판매가  


경매 참여하기 


경매는 비싼 작품만 판매하는 곳은 아닙니다. 고가니까 뉴스에 나오는 거죠. 실제로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진행하는 경매 중 낙찰금액이 1천만 원 이하가 80%에 달한다고 해요.  



경매 응찰 자격은 보통 유료 회원들에게 주어집니다. 진행을 위해 응찰 참여 여부를 파악하곤 하죠. 하지만 경매장 입장에는 큰 제약이 없습니다. 소더비 경매를 온라인 예약을 통해 관람한 적이 있는데요. 제가 관람한 경우는 응찰자들은 경매실에 앉고 저 같은 구경꾼은 개별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경매 장면을 보았습니다. 반대로 별도의 룸에서 경매장 화면을 보고 전화를 통해 대리인 입찰을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옥션은 주로 소규모 옥션들이 많이 했는데요. 코로나19로 지금은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도 제한적으로 온라인 옥션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당 옥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회원가입 후 휴대폰 번호로 간단히 본인 인증만 하면 된다는데요. 회사마다 유료-무료 정책이 다르다고 합니다. 온라인은 경매 마감이 있어서 마감 시간 기준(서버 시간) 최고가 응찰자에게 낙찰된다고 합니다.  

작품 입찰 참여 시 주의사항 


1. 처음 이름 들어보는 작가의 경우, 경력-작품 세계가 꾸준한지, 단체전, 개인전 참여 여부 등을 확인할 것. 응찰자로 신청할 경우 사전에 경매 도록이 도착한다고 해요.


2. 작품의 보존 상태를 확인할 것. 가급적 경매가 열리기 전에 프리뷰(경매 작품을 실물로 미리 보는 전시로 1-2주 운영)에서 작품의 흠집, 얼룩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경매는 작품을 확인했다는 전제하에 입찰과 구매가 이루어집니다. 


3. 경매에 들어가기 전 미리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넘을 경우 절대 사지 말 것. 경쟁심에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경우에는 적정 가격으로 재판매가 쉽지 않습니다.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 전작 도록) 


미술사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작가, 미술사에 기록된 작가의 경우 갤러리나 경매회사 등에서는 카탈로그 레조네를 만드는데요.  프랑스어 ‘raisonner’는 ‘검토하다’ 혹은 ‘고찰하다’는 의미로 ‘작가의 검토한 모든 작품을 모은 도록’이라는 뜻입니다. 


일반 도록과 다른 점은, 작품 설명은 물론이고 이 작품이 누구에게 소장되었는지, 어떤 전시에 초대되었는지, 작품 제작 당시 이슈나 개인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경매 시 작품 정보를 여기서 많이 참고합니다.  

카탈로그 레조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 작가 중 제가 알기로는 장욱진, 김기창, 김환기 작가만이 카탈로그 레조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앤디 워홀의 카탈로그 레조네

  

수수료는 얼마, 취소나 환불 가능할까?


경매 시 경매회사의 수수료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위탁 수수료(팔기 위해 내놓는 경우)와 낙찰 수수료(낙찰받은 수수료)입니다. 보통 위탁한 작품이 팔릴 경우 낙찰가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지급받게 됩니다. 수수료는 경매회사마다 작품마다 요율이 다릅니다. 


낙찰 후에 이를 취소하려면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미 작품을 확인했다는 전제하에 경매가 이루어집니다. 작품에 흠집이나 얼룩이 있더라도 낙찰 취소나 환불이 안됩니다. 참고로 서울옥션은 낙찰 취소 시 낙찰가의 30%를 위약금으로 책정합니다. 단 위작으로 판명 시 100% 환불됩니다.  

 

경매의 매력은 투명한 가격 공개이겠지만, 2018년 10월 소더비에서 벌어진 해프닝처럼 재미있는 볼거리도 있죠. 뱅크시(Banksy)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낙찰되는 순간 절반이 잘게 찢어진 사건인데요. 작품이 경매장에서 실시간 훼손되어 다들 충격을 받았죠. 여기에 뱅크시가 이것이 본인이 계획한 해프닝이란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절반이 훼손된 이 작품은 해프닝 덕분에 낙찰가 140만달러(한화 약 16억)에서 훨씬 더 가치가 오를 예정이라고요.  


뱅크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는 세단기 장치와 리모컨 작동, 경매장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자신의 작품값을 올리려는 뱅크시의 계획이라는 음모설도 있었습니다. 뱅크시의 해프닝을 담은 이 영상에는 경매 전 프리뷰(경매 작품 확인을 위한 전시) 장면부터 경매장의 모습까지 모두 담겨 있습니다. 


https://youtu.be/vxkwRNIZg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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