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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사랑스러운 컬렉터 도로시 & 허버트 보겔 부부

[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13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오늘은 토요일이니 작품 대신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천억을 호가했다는 미술 경매 뉴스를 보면, 왜인지 미술품 구입은 부자들만의 취미처럼 여겨지는데요. 도로시 & 허버트 부부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에요.  


도로시 & 허버트(Dorothy & Herbert Vogel) 부부는 도서관 사서와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였는데요. 2012년 허버트 보겔이 89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가 부고를 알릴 정도로 현대미술에서는 중요한 컬렉터 중 한 사람입니다.  



이 부부가 처음 미술품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결혼식 직후인 1962년인데요. 이후 30년간 5천 점이 넘는 작품을 수집했다고 해요.  


1962년에 부부가 처음으로 구매한 작품입니다. 현재 이 시리즈 작품 가격은 개당 80만 달러(한화 8-9억)를 호가합니다. 

John Chamberlain, Untitled, 1962


방 하나짜리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고양이와 물고기를 키우며 부인의 수입으로는 생계를 해결하고 남편의 수입으로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품을 구입하며 살았죠. 작품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옷장과 쇼파를 없애고 아파트를 작품으로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그들의 컬렉션은 1991년 4,700점의 작품을 내셔널 갤러리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그들이 수집한 작품은 실험적인 작품을 비롯해,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 구매 당시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초창기 작품이 많았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컬렉션을 두고 “20세기 개념주의 미술을 비롯한 모든 사조의 중요 작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두루 갖춘 20세기 미술 교과서 같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이 부부는 내셔널 갤러리와 함께 2008년 또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기증한 작품들 중 작품 2,500점을 엄선해 미국 50개의 공공미술관에 50점씩 다시 기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입장료가 무료인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을 맘껏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Vogel’s 50x50 Project라고 합니다.  

 

본인들의 컬렉션 전시 오프닝에 초대된 보겔 부부, 1994


은퇴할 당시 허버트 보겔(우체국 직원)의 연봉은 2만 3천 달러(한화로 3천만원) 였는데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이들은 알려지지 않은 신진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작품을 기꺼이 구매하였습니다. 갤러리나 비평가의 관심을 받기 전부터요. 그들은 작품을 구입하는 대신, 차도 없었고 휴가도 가지 않았으며 그저 집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저녁을 먹는 게 다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이 작품들을 되팔았다면 백만장자-아니 천만장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 작품도 되팔지 않았습니다. 모든 작품을 사회적 자원으로 기증하였습니다.


https://youtu.be/kQTDgowxc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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