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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6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미술 작품은 어디서 살까요? 보통 갤러리에서 삽니다. 작가와 친분이 있다면 작가에게 직접 사는 방법도 있고요. 아트페어나 경매에서 살 수 있죠. 오늘은 말씀드린대로 아트페어 중 아트바젤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아트페어는 수십 개, 수백 개의 갤러리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특정 기간에 모여서 작품을 거래하는 미술 장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가 여럿 존재하는데, 그중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는 ‘아트바젤’ 입니다. 



아트바젤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1970년 스위스의 갤러리스트인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가 창설한 아트페어인데요. 현재는 스위스 아트바젤, 아트바젤 홍콩, 아트바젤 마이애미 총 3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9년 스위스 아트바젤은 34개국, 232개 갤러리, 4천명의 작가가 참가했고, 9만 3천 명이 관람했습니다. 단 5일 짜리 행사임에도 미술품 거래액이 어마어마한데요. 2018년 스위스 아트바젤의 총 거래액은 3조 4천억 원이었습니다. 2019년 아트바젤 홍콩도 1조 원을 달성했고요.  




아트바젤은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엄격한 심사를 통해 갤러리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아트바젤에 참가한다면 일류 갤러리라는 보증이 되기도 합니다. 행사 시작 9개월 전에 참가 신청을 받는데, 이때 갤러리는 전시에 출품할 작품을 상세히 기록해서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참가 분야는 유명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갤러리(Galleries), 주목할 신진작가를 다루는 스테이트먼트(Statement), 규모가 큰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언리미티드(Unlimited) 등으로 구분되는데, 어느 분야가 나을지, 가장 좋은 작품이 뭘지를 갤러리들은 골라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특히 신예 갤러리들은 새로운 고객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아트바젤을 꼽기 때문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고 해요. 행사 기간동안 판매가 되지 않더라도 그걸 계기로 갤러리에 연락해 작품을 구매하는 거래액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페어 운영비는 갤러리로부터 받는 부스 사용료로 주로 충당하는데, 부스당 최고 1억원 이상의 사용료가 매겨집니다. 2019년 스위스 아트바젤에 참여한 한국 갤러리는 국제갤러리와 PKM갤러리 단 2곳 뿐이네요. (아래는 아트바젤 홍콩 엔카운터 부문에 전시된 PKM갤러리 이불 작가의 'To Be Vulnerable-취약할 의향') 



아트바젤 행사 기간은 5일 정도지만 앞의 2일은 초대받은 VIP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VIP도 유명 컬렉터와 큐레이터가 제일 먼저 전시장에 들어가 원하는 작품을 고를 수 있고 몇 시간 또는 하루 뒤에 다음 단계의 VIP 입장을 허용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2019년 스위스 아트바젤에서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 Tranquility 5-IV-73(아래 작품)이 1,000-1,200만 달러(117억-141억)에 팔렸는데요. 행사에서 No.2의 판매금액을 기록했습니다. 보통 오프닝 후 1-2일 만에 최고가 판매 작품이 뉴스로 릴리즈 됩니다.  



저는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아트바젤 홍콩에 다녀왔는데요. (아무래도 저렴한 비용!) 저 같은 일반인이 입장 가능할 떄는 이미 주요 작품의 거래가 끝난 시점이 됩니다. 그래서 마켓 보다는 거대한 전시장처럼 느껴집니다. 갤러리스트들이 부스를 비워두는 경우도 잦고, 구매자 요청에 따라 판매된 작품은 철수되어, 최고가 작품은 제가 방문하는 시점에는 없기도 하죠. 


아래 사진처럼 갤러리스트들은 일반인 입장 때는 부스 한 쪽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곤 합니다.  


아트바젤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열리는데요. 주요 작가들의 토크 세션이나, 인터랙티브 아트에 참여하는 이벤트 등은 현장 신청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죠.  


아트바젤 홍콩 원데이 패스 티켓 가격이 400HKD(한화로 8만원 정도)인데, 그 입장료로 지금 가장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컨벤션센터 건물의 2개 층이 모두 작품으로 가득 차니까요.  





종종 아트바젤을 방문한 한국의 연예인들도 홀이나 복도, 카페 등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아마 예정대로 올해도 열렸다면, BTS 멤버 중 누군가는 참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저는 정우성, 이정재, 태양을 보았습니다. 카페에서 "형, 여기야!"라고 외치는 가수 이승철 씨도요.) 


아트바젤이 열리는 동안 홍콩 전역에는 아트바젤 플래그가 걸리는데요. 이 시기에 홍콩의 주요 갤러리와 각종 아트센터들도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열어요. 코로나19로 시기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 홍콩 여행을 아트바젤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매우 즐거운 경험이 될 듯 싶습니다.

  



+덧붙이는 말 

아트바젤에서 선보인 (아래 작품) 비아 셀민스(Vija Celmins)의 연필드로잉은 120만 달러에 팔렸다고 합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근처에는 INK 마이애미라는 인디 아트페어가 있는데요. 이 시기 한 무명 작가의 드로잉은 120달러에 팔렸고요. 어떤 게 정답인지, 어떤 게 더 가치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 아트바젤 홍콩 팁 

티켓팅은 반드시 사전에 예약하고 가세요. 현장 티켓은 대부분 솔드 아웃입니다. 얼리버드 티켓은 더 저렴하기도 하고요.  

2017년에는 2일 프리티켓을 구매했는데, 좀 지치더라고요. 원데이 패스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하루 동안에도 걸리는 작품이 달라지긴 하지만요.  

개장 후 바로 들어가는 게 좋아요. 모든 행사가 끝으로 갈수록 시들해지는데요. 특히 아트바젤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팔린 작품이 빠지는 경우도 많고 갤러리스트들도 뭔가 소홀해지는 분위기에요. (오프닝 시에 긴 줄은 각오!) 

2019년도에는 소더비 경매 행사도 아트바젤 홍콩에서 열렸어요. 사전 신청한 사람은 누구나 경매 현장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이벤트들도 미리 찾아 신청하시면 좀더 의미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있다면 키즈 프로그램을 반드시 신청하세요. UBS가 후원하는 키즈 프로그램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관람하게 도와줍니다. 게다가 보호자는 혼자 아트바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죠.  

매년 아트바젤은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깔(올해의 컬러?)로 에코백을 제작해서 기념품으로 판매해요. 아트바젤 기간에 도시를 다니는 사람들의 가방만 보고도 관람객인지를 알게 되죠. 실용적인 굿즈이니 기념으로 꼭 사오시길요.  그 해의 컬러로 도록, 가방, 모든 굿즈, 입장 시 안내 디스플레이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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