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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어느 운 좋은 낙찰자와 비비언 마이어

[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12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오늘은 영화로도 국내에 개봉되어 한번은 들어보았을 법한 사진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7년 부동산 중개업자인 존 말루푸는 시카고 중고 옥션에서 필름이 가득 든 누군가의 박스를 380달러(한화로 42만원)에 낙찰받습니다. 길거리 사진을 취미로 찍던 그는 박스 안에 가득 든 필름을 인화해 봤고, 남다른 사진임을 간파했죠. 


같은 날 경매에 붙여진 다른 박스들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찍은 10만장의 필름을 갖게 되었는데요. 2009년 5월, 상자 속에 있던 인화소 봉투에 쓰여진 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을 찾아냈고 구글링을 통해 신문 ‘부고란’에서 그 이름을 발견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진들의 주인이었던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re)는 며칠 전에 사망한 상태였죠. 

*박스 안에는 인화한 사진도 일부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인화도 안된 필름 상태였습니다.  


2009년 10월, 그는 인화한 사진들을 스캔해 플리커에 올렸고,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사진은 결국 세계 각지에서 전시되기 시작했죠.  


비비언 마이어는 어린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냈지만, 1951년 혼자 뉴욕으로 이주해 보모로 일합니다. 보모로 일하면서 시간이 남으면 롤라이플렉스, 2안 리플렉스 전문가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었는데요.  


찍은 필름은 상자에 보관하고, 그 상자가 점점 늘면서 창고를 임대하게 된 거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형편이 어려워지고 요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창고에 있던 상자들이 경매에 넘겨진 것입니다.  


신기한 것은 그녀가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도, 또 그녀의 사진을 본 사람도 생전에는 없었다는 사실인데요. 사진을 평생 찍으면서도 숨기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자화상 시리즈 


+  

비비언 마이어를 포토그래퍼로 발견한 인물인 존 말루푸의 삶도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죠. 존 말루푸는 그녀의 행적을 좇는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언 마이어를 찾아서>를 제작, 출연했고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비비언 마이어의 사진은 현재 한 장에 6천 500달러에 거래되는데요. 존 말루푸는 뒤늦게 나타난 비비언 마이어의 먼 조카와의 상속 법적 분쟁을 다투며 인화 버전도 제한하면서 사진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즉, 가격이 더 오를 전망) 

+

저의 첫 구매 작품도 10만원 짜리 사진이었습니다. 비비언 마이어의 작품 중 집에 걸고 싶은 사진들을 소개했어요. 더 많은 작품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vivianmai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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