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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랭 Oct 22. 2024

이거 어디까지 정리하는 거예요?


 덕질의 진정한 즐거움은 파도 파도 계속 또 팔 것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인 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새로운 정리 방법과 아이템이 나와 새로운 덕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 역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신박한 새로운 정리법이 있으면 없는 공간을 쪼개고 또 쪼개 시도해 본다. 다음 정리 방법들은 내가 최근 새롭게 시도해 본 것들이다. 정리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소개해 보겠다.




1. 요즘 대세는 밀프랩 아니, 밀키트 만들기

 한 때 외국에서 ‘밀프랩‘ (’ 식사‘를 뜻하는 ‘Meal’과 ’ 준비‘를 뜻하는 ‘Preparation’의 합성어로 여러 끼의 식사를 미리 한 번에 준비해 두는 것을 말한다.)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특히나 다이어트 식단을 하는 사람들이 샐러드 재료를 미리 모두 준비해 놓거나 요거트를 미리 모두 만들어 놓는 방식으로 많이 쓰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발전해 한 끼 식사에 들어갈 재료들을 미리 손질해 여러 개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마치 밀키트처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이 한 끼 식사에 반찬부터 국 또는 찌개까지 여러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 이 방식은 시간을 매우 아껴줄 수 있다. 또한 냉장실에서 썩히기 쉬운 식재료들을 미리 손질해 얼려둠으로써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줄여준다. 나의 경우 찌개는 메인 요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공통의 야채인 감자, 양파, 당근, 버섯 종류를 미리 손질해 한 끼 분량만큼 담아 둔다. 조금 크게 깍둑썰기로 잘라둔 것은 찌개나 카레용으로 많이 이용하고, 더 작게 잘라둔 것은 볶음, 아이가 좋아하는 파스타 종류를 만들 때 사용한다. 물론 많은 식재료들을 한꺼번에 씻고 손질하고 자르는 작업은 귀찮지만 그래도 다 하고 나서 냉동실에 착착 보관된 식재료들을 보면 가득 찬 곳간을 보듯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귀찮긴 하지만 하고 나면 뿌듯



2. 여행짐 테트리스

 나는 여행 가방 쌓기로 테트리스 실력을 키운다. 정리인들에게 여행 짐 싸기는 사실 여행의 설렘을 극도로 느낄 수 있는 전초 단계이다. 요즘 여행짐 정리의 대세는 역시나 파우치를 이용한 정리이다. 물론 집에 넘쳐나는 것이 파우치이지만 나는 사람별, 목적별로 더 세세히 짐을 구분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였고 마침내 ‘테무’에서 7피스짜리 세 세트를 구매하고야 말았다. 남편은 검은색, 나는 베이지 색, 딸아이는 분홍색 파우치로 각각 겉옷, 속옷, 신발, 세면도구, 화장품 등 각각의 용도에 맞게 크고 작은 사이즈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렇게 종류 별로 담긴 파우치들을 캐리어 안에 노는 틈 없이 딱딱 맞게 배치하는 일이야 말로 여행 짐 싸기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여행지에서 마구 짐이 뒤섞이고 집에 갈 때는 마구 쑤셔 넣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아름답게 싸서 가는 것만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두 배로 올릴 수 있다. 물론 남편은 아직까지도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드디어 제대로 짐 싸는 방법을 터득한 기분이다.

딱딱 들어맞을 때의 희열이야 말 해 뭐할까




3. 우리 집에 ‘다이소’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 친구들이라면 귀여운 문구류를, 어른들에겐 작은 생활용품들이나 먹을 것 등을 선물할 때도 있다. 이럴 때 그냥 주긴 성의가 없어 보이니 포장지로 포장을 하거나, 작은 상자, 쇼핑백에 담아주는 편이다. 필요하다면 얇은 비닐 포장지에 개별 포장을 하기도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가 아닌 내가 즐거워 ‘구디백(goody bag)’ (생일이나 행사의 답례품으로 작은 쇼핑백에 간식이나 작은 소품을 넣어 보낸다)도 많이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사다 모은 포장용품들이 꽤 된다. 이쯤 되니 세계 정리인들은 포장용품을 어떻게 정리를 하나 염탐하는 지경이 이르렀고 외국 영상 중에 포장 코너를 만들어내는 그녀들을 보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녀들의 대궐 같은 집과 작고 소박한 우리 집의 컨디션은 좀 차이가 나는 것 같았고 나는 공간을 더 작게 쓰면서 포장 코너를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작은 장소에 기가 막히게 물건을 진열하는 공간이 주변에 있지 않은가. 바로 ’ 다이소‘! 유레카. 나는 그렇게 벽 한 면을 다이소처럼 꾸미기로 계획했다. 그렇게 타공판과 액세서리를 사서 우리 집 베란다 한 면에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타공판에 걸 수 있는 크고 작은 액세서리들도 열심히 사다 날랐다. 그동안 모아놨던 카드와 포장지들, 봉투들과 쇼핑백을 모아 걸어두고 귀염 뽀짝 포장지들도 안 쓰는 우산 꽂이를 이용해 정리하고 나니 그럴듯한 포장 코너가 만들어졌다. 이 공간을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딸아이였다. 친구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 코너에서 쇼핑하듯이 포장지와 쇼핑백, 카드를 골랐다. 이 코너가 생기니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자주 마음을 표현하게 되어 내가 더 기쁜 공간이다.





  공간은 나를 보여준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 공간은 커지고 공들여 정리한다. 그런 면에서 새롭게 꾸미고 정리한 공간은 요즘 나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나의 욕구이기도 하다. 나는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에는 관심 없지만 요즘 대세 정리 트렌드에는 왠지 뒤쳐지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또 부지런히 길을 나설 수밖에.


요즘은 뭘 정리하는 게 유행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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