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치다
삼월이라 봄볕 자애로우니
가위 들고 자두나무에게 간다.
지난 여름 이후 벼르고 별렀던 일
이동식 나무이발소가 뚝딱 차려졌다.
이사 온 후 무슨 나무인지 몰라
꽃만 보면 됐지 했던 것이
무성한 꽃 지고 피자두인 걸 안 뒤
열매에 대한 욕심이 열매보다 커졌다.
그럴 때마다 도장지(徒長枝)는 내게서 벗어나
하늘을 향해 마구 달음질 쳐
화청궁 꽃대궐을 이루고도 남았다.
녹산은 꽃을 쳐서 열매를 얻고자 했으나
아뿔싸 고선지만 원통하게 되었구나
고작 열매 몇 얻자고 그 마음을 자르라니
차라리 꽃잔치나 즐기는 게 낫겠다 싶어
슬며시 나무이발소 주렴을 내렸다.
파미르고원 설산에서 혜초는
동쪽으로 되돌아 가는 길이
참 멀다고 탄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