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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판적일상 Oct 25. 2018

청년을 위한 '행복' 주택은 어디에 있을까

청년을 위한 집은, 쓰레기 소각장에 지어줘도 감지덕지해야 하나요?

행복주택 1차 당첨 문자를 받았다.


얼마 전 '청년' 대상 행복주택에 1차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최종 당첨을 위해 필요한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는 추가 안내 멘트와 함께.


하지만 나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주말을 맞아 아직 공사 중인 당첨된 오피스텔을 살펴보러 직접 찾아갔을 때, 오피스텔이 있는 구역에 떡하니 쓰레기 소각장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해당 오피스텔을 포털 지도 사이트에 찾아보았을 때는 쓰레기 소각장이 안내되지 않았기에, 새까맣게 몰랐었다. '쓰레기 처리장', '소각장' 등으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 환경 플랜트'라는 풀네임을 검색해야만 지도에 떡하니 나오는 것이었다.





행복주택의 '행복'은 반어법으로 쓰인 단어였을까?


화가 나서 집에 와서 해당 정보를 여기저기 찾다 보니 원래는 주거용 도로 쓸 수 없는 곳이지만,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용도까지 변경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행복주택을 짓기 전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와, 몇몇 반발까지 있었으나 결국 공사가 강행되었다는 것도.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돈 주고 판다면 결코 팔리지 않을 부지에 무리하게 용도 변경까지 해 가며 '청년'을 위한 집을 선심 쓰듯 지은 것이다.


집 없는 청년으로서 행복주택을 응모해보았거나,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애초에 '행복주택', 특히 청년 대상의 '행복주택'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주변 임대업자들의 반발, 집값 하락을 우려한 동네 주민들의 반발로 입지조건이나 교통이 괜찮은 부지에는 잘 지어지지 않을뿐더러, 신혼부부나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행복주택도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청년들을 위한 몫은 별로 남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낼 젊은 시민으로서, 억울하기까지 했다. 


문득 학창 시절 배웠던 소설의 기법이 떠올랐다. 난쟁이 가족의 비참한 인생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소설적 장치 반어법으로 지어진 '낙원구 행복동'에 있는 난쟁이의 집. 행복주택에 붙어 있는 '행복'이란 글자에서 왜 문득 오래전 국어시간에 배운 소설적 장치나 떠올리고 있었는지는 잘 모를 일이다.






쓰레기 소각장에 청년 주택을 지은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


서울에 사는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서울에서 월세를 내며 사는 건 꽤 부담스러운 규모의 지출임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정말 경제적 문제가 시급한 청년들은 이 문제를 알고도 불안을 감수하고 들어가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주택을 소각장이 있는 곳에 지어놨다는 것은 국가가 청년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조금 배려해준다면 건강권 등 청년의 복지 문제는 등한시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인 걸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연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의 보고서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변 지역 주민건강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 및 양천구 소각장 주변 주민들에게서 상대적으로 결핵과 고립성 폐결절, 고지혈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여성들은 자궁내막증이 의심되거나, 치료 경력을 가진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들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악성 종양이 의심되거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노출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추적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시공사 측에서는 '소각 연소 배기가스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있다', '주변 대기 중의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언급한 연구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유해물질 노출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는 아예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보기가 어렵다. '안전 기준치'라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기준인 것이며,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얼마나 오랜 기간 노출되는지 등에 따라 해당 환경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막말로 이런 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에게 본인들의 집을 소각장 옆에 지으라고 한다면, 흔쾌히 거기에 집을 지을 이들이 있을까? 





결국 나는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고, 대상자에서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도저히 이대로 넘어가는 것은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또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국토부 소속 등 여러 국회의원들의 이메일로 해당 사건에 대한 메일을 자료까지 열심히 첨부해 한 통 한 통 열심히 발송했다.


하지만 2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내 메일을 읽은 의원은 없다.


씁쓸함을 느끼며, 어플을 켜 갈만 한 집을 열심히 뒤져보다 가격을 보며 한숨을 한 번 쉬기를 반복하며 생각한다. 청춘이 맘 놓고 발 뻗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단 한 칸, 청춘을 위한 진정한 '행복' 주택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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