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거리를 다니면, 미어터지는 인간만큼 이나 자주 보는 게 비둘기다.
그런데 목을 앞뒤로 움직이며, 먹을 것을 찾아 걸어다니는(날기보다는 걷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 비둘기들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곤 했다.
굳이 내가 비둘기를 자세히 보기 시작한 때부터 자꾸만 내 눈에 들어왔던 그 것은 바로, '비둘기의 잘린 발'
수많은 차 등 위험천만한 것들이 넘쳐나는 도시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그 비둘기들은 간혹 세 개의 발가락 중 한 두 개가 없거나, 심하게는 세 발가락을 모두 잃었거나, 그랬다. 그럼에도 서울을 떠나지 못 하고 여전히 거리에 남아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다니던 그들.
그냥 그걸 보면 이상하게 서글퍼진다.
분명 예전에는 비둘기 발가락이 몇 개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색깔인지는 전혀 관심 따위 없었 건만. 언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계속 그들을 보고, 발가락을 확인하고, 슬퍼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냥,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발이 잘린 저 비둘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 소각장에 있는 집을 청년주택이랍시고 당첨 받았던 나, 부당한 대우의 노동을 하면서도 어쩌지 못했던 서울에서의 나... 수많은 서울에서의 내 모습이 다 발이 잘려있는 비둘기만 같아 서글프다.
며칠 전에는 어떤 어른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내 업무가 아닌 플러스 알파의 업무를 당연하게 요구받고, 쉬어야 할 시간을 침해받으며 워라밸을 지키지 못 하는 것이 힘들다고 얘기하는 내게 그 분은 내게 "우리 때랑 다르게 요즘은 희생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 조직을 위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개인주의다" 하고 말했다.
서울에 와서 들어갔던 조그만 회사에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고 상사에게 혼났던 일,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청소를 좀 해 놓지 않고 정확히 출근 시간에 출근을 했다고 혼났던 일, 할 일을 다 끝냈고 약속이 있어 칼퇴근을 하려했더니 대표님이 아직 가지 않았으니 가실 때까지 기다리라 훈수를 들었던 일...
수많은 일들이 내 머리에서 회전하며 내가 너무 개인주의였기 때문에,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불만덩어리인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사 그런 것이라고 쳐도 도통 논리적으로 내가 겪는 것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어떡하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왜 자꾸만 내 발이 잘려있는 거 같은 느낌인지, 왜 꼭 내가 비둘기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인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