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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02. 2023

<일탈>


나에게는 나보다 15살 젊은 여자친구가 있다. 첫 인연은 삼 년 전의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통해서였다. 온라인에서의 인연이 현실세계로 이어지게 되어, 한 번씩 만나서 밥도 먹고커피도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요 근래 두 번의 만남에서는 쇼핑도 같이 하게 되었다. 나는 옷을 좋아하고 충동구매도 종종 하는데, 그녀는 나보다 더 한 것 같았다. 그런 둘이 만나서 쇼핑을 하게 되니, 서로 이거 입어봐라 저거 입어봐라. 이거 예쁘다, 사라. 저거 예쁘다, 사라. 이렇게 부추김질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옷에 지불하는 금액이 내가 평소 사는 거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지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오늘은 이제 만나서 옷은 그만 사자고 말하게 되었고, 그녀도 동의를 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산 옷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핑크색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톤 다운된 핑크였는데, 내 피부색에 잘 어울렸다. 게다가 검은색 호.피.무.늬. 프린트가 되어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호피무늬를 입어본 적도 없었고, 나의 패션 스타일은 기본 디자인이거나 약간의 디테일이 들어간 디자인에 소재가 좋은 옷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근데 그 핑크색 호피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 핑크색이 에너지를 끌어올렸는지, 얼굴에 생기가 돌고 약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뭔가 흥분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연한 롤업 청바지와도 잘 어울렸다.


예쁘다! 심지어 섹시해 보인다!


수업하러 갈 때는 여기에 검정 재킷을 입어서 화려함을 좀 눌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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