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건 5년 전이다. 사춘기 딸아이를 위해서 또, 남편이 강아지를 원하기도 해서다. 처음엔 내가 결사반대를 했었다. 다섯 식구 집안일에 애 병원도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강아지까지 나는 못 돌본다고 했었다. 게다가 나는 어릴 때부터 개를 무서워했었는데, 옆에 작은 강아지가 지나가도 몸이 긴장될 정도로 무서워하게 된 데는 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이십 대에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어느 날 밤새 실험을 하고 나서 해가 뜬 새벽녘에 하숙집들이 모여있는 학교 후문으로 나갔었다. 그날 후문을 나와서 얼마 가지 않았을 때, 갑자기 십여 마리의 온갖 동네 개들에게 쫓기다가 둘러싸여 대치를 했었던 적이 있었다. 야산도 없는 곳이었는데, 왜 그때 그렇게 개들한테 몰이를 당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반려견 입양을 반대했었는데, 남편이 계속 예쁜 강아지들 사진을 반복적으로 나에게 보여줬다. 그러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예쁜 아기 강아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식으로 애완견을 입양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우연과 필연을 가장한 <펫샾 잠깐 들르기>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꼬물대는 아기 강아지들 중에 가장 내 눈을 사로잡는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알밤코에 까만 별 두 개
그래서 이름이 “별”이라지
"별"이라는 이름은 딸아이의 태명이었는데, 딸의 동생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거기다가 그 당시 딸아이가 덕질 중인 옹성우의 "옹"을 붙여서 "옹별"이라고 부르다가, 줄여서 “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첫째 날, 둘째 날까지 별이는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 작은 몸으로 여기저기를 조심스럽게 아니, 눈치를 보면서 기웃거렸다. 거실에서 방안에 들어오려고 하다가도 문턱에서 멈칫멈칫 방안을 살펴본 후에 들어오곤 했었다.
사흘 째 되던 날부터는 모든 탐색이 끝났는지 어제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방 저 방을 빠릿빠릿 잰걸음으로 들락날락하다가 가족들을 마주치면 높은 톤의 목소리로 “캉! 캉!” 짖어댔다.
나 만큼이나 개를 안 좋아하는 아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 별이를 데려왔기 때문에, 한동안 아빠는 별이를 “똥개“라고 부르며 냉대했었다. 이후로는 <개를 싫어하는 아빠 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내 눈으로 보게 된다.
아빠는 퇴근해서 들어오시자마자 "밥 먹었냐?"라고 물어보시곤 하셨는데, 처음에 나는 나한테 밥 먹었냐고 물어보신 줄 알았었다. 알고 보니 별이가 밥 먹었는지를 나한테 확인하신 거였다. 털복숭이 별이를 껴안으시고서 얼굴을 마구 부벼대시기도 하셨다.
어느새 유일한 손녀인 딸아이의 지위를 별이가 빼앗아 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딸아이는 누가 말 한마디 걸기만 해도 삐져서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할아버지(아빠) 입장에서는 말 못 하는 별이가 더 예뻤을 것이다.
별이가 여전히 아기 강아지이던 시절 어느 날, 속상한 날들이 계속되던 시간의 어느 날, 그날은 더 속이 상했던 것 같다. 별이를 가슴에 품고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그 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보았을 때, 별이가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마치 딸아이가 백일이 안 된 아기 때의 어느 날에 딸아이를 내 가슴에 품었을 때,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던 날처럼 말이다.
그날 별이는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내 아이가 되어 나를 감싸 안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