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창업을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식음료 업계에서의 경험이 없었기에, 또, 망하고 싶지 않아서 바리스타 경험을 쌓아보려고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뒤지고 다녔었다. 이력서도 내어보고, 구인공고를 낸 매장 주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의 열정을 어필해 보기도 했었다.
이제 티비 아니, 테레비에 나오는 연예인 중에 나 보다 나이 가 많은 사람은 백일섭 아저씨나 이순재 아저씨 같은 사람들 밖에 없어서일까..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알바를 구했다", " 용기 내주셔서 고맙다", "매장에 한 번 놀러 오시라"는 것뿐이었다.
어떨 때는 이런 내가 한없이 미련해 보인다.
당연하지. 경험은 둘째치고 누가 주인보다 나이 많은 알바를 쓰려고 하겠냐.
나는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당위성을 찾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카페들이 한 건물에 서너 개씩 있는 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삼 년 안에 망하는 카페가 아니, 일 년을 버티기도 어렵다고 한다잖아.
로스팅까지 하는 카페를 열면 잡무가 너무 많아져서 몇 배는 더 힘들 거야. 그리고 내가 로스팅한 거를 누가 사가겠어. 아마 내가 다 먹어야 될 거야.
바에 사람 하나 더 쓰는 게 인건비가 얼마나 늘어나는데.
창업하면 일인 감옥에 자기가 문 닫고 들어가는 거라잖아.
그 유명한 커피 회사들 빚이 몇억 아니, 몇 십억이래.
나는 계속 안 해야 되는 이유를 찾아 리스트를 만들면서, 리스트를 방패 삼아 안전지대로 들어가 안온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서 커피를 즐기면서 스페셜티 커피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홈바리스타도 나쁘지 않아.
평가받는 것보다 평가하는 게 더 쉽고 상처도 덜 받아.
이제 너 살만하잖아. 이만큼 했으면 됐어.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에 각인된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활활 타올랐던 나의 불꽃은 뭉근한 불씨가 되어 언젠가는 다시 타오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하나는 갖고 살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