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 내 몸. 정확하게는 인생 시간축에 따른 내 몸무게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일단 평생의 체중 곡선을 보면 롤러코스터도 이렇게 낙차가 큰 게 국내에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체중 미달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뻔했던 내 몸은 중학교까지는 저체중으로, 갓난아기 때부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운 좋게 의사 아빠의 딸로 태어나 제때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는 엄마의 레퍼토리를 백번은 들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앉아서 초콜릿바를 먹으며 졸기와 공부, 공상을 반복하며 십 대 인생의 최대치 몸무게를 찍게 된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덜 나갔다는 게 함정이지만.
대학교 가면 다 빠진다더니, 이십대라 조금만 먹는 양을 줄이자 진짜 십 킬로가 훅 빠져서 44 사이즈 옷을 사도 허리가 남아돌아 옷태가 안나는 지경이 된다. 이후 날씬하고 예쁜 사람으로 십여 년을 살게 된다. 지금은 이의를 다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예뻤다. 증거가 없으니 최대한 작위적으로 써보련다.
그리고 마의 임신구간으로 들어서면서, 3개월 차에 이미 5-6개월 차 배 크기를 내밀고 다니게 되자, 산부인과 주치의가 이러면 임신성 당뇨 온다고 체중 조절 해야 한다고 경고를 날렸었다. 7개월 차에 결국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고서, 외출하거나 외식하러 나가서 주위를 의식하며 혈당을 체크해야 하는 우중충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출산 후 강남의 시설 좋은 산후조리원 일인실에서 유축기로 젖을 짜내며, 어설픈 모유수유를 밤낮없이 2주간 하고 났더니 신기하게도 체중이 하루에 1-2킬로씩 훅훅 빠지게 된다. 임신으로 27킬로가 불었었는데, 조리원 퇴실 시에는 그래도 사람의 형태가 되어 나을 수 있었다.
30대와 40대 초반까지는 덜 먹고 헬스, 요가 다니고, 가끔 PT 한 번씩 해주면 봐줄 만한 외양이었다.
마의구간 2를 거치면서 지금까지는 식사를 아예 못하거나 어느 순간 폭식을 하게 되고, 각종 과를 돌아다니며 진료, 검사, 약을 달고 살게 되면서, 샤워할 때마다 중력의 법칙에 따라 쳐진 과도한 지방 덩어리들을 보며 “배만 없으면 되는데...”라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어디 가서 벗을 일도 없는데 뭐.. 그래도 건강하게 늙는 게 중요하니까, 예쁘게 늙어서 나중에 요양원에서 할아버지들한테 인기몰이는 할 수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요즘 이런저런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
가기 전에 스물한 번은 갈까 말까 갈등하는 필라테스 일주일에 두세 번, 저녁 산책 삼십 분, 일주일에 서너 번 닭가슴살과 감동란 번갈아 먹어주기, 채소-알배추, 양배추, 미니 파프리카, 오이- 돌려먹기, 떡볶이 금지. 아 금지한다니까 어찌나 가래떡 떡볶이와 순대가 먹고 싶던지, 밤 12시에 배달시킨 빨간 떡볶이 혼자 순삭 하고, 쫄깃한 순대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고 행복했었다. 다음날 퉁퉁 부은 얼굴과 몸을 보며 내가 잘못했네. 반성모드로 며칠 살았더니, 오늘에서야 부기가 빠졌다.
애니웨이, 확 꺾어지니 체력도, 면역력도 확 가는 느낌이 든다.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고 하니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음식 잘 먹고, 잘 자고, 소박하게 운동하기> 프로젝트를 만들고 실천해 보려 한다. 죽기 전에 오래 아프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나 죽었을 때 가족들이 후련하다. 는 감정보다는 슬프다. 는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