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집 앞 사거리에서 네비게이션 배경 화면이 검정색으로 바뀌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21분. 일몰 시간이 많이 당겨졌다.
집에 들어와서 내 방에 가방 두 개를 가방 거치용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귀걸이 등 쥬얼리를 빼서 제 자리에 놓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손을 씻었다.
오늘 학교의 수업 피드백 문자를 세 반 학부모님들께 보내고 나자 다른 학교 원어민 수업의 학부모한테서 문자가 왔다. 싸이트 접속은 되는데 지금 배우는 교재가 안 보인다고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PC를 켜고 관리자 싸이트에 들어가 보니 교재 체크가 잘못되어 있어서 수정을 했다. 같은 반 다른 학생들 것도 교재가 다 잘못 체크되어 있어서 한꺼번에 수정을 해놨다.
오늘 원어민 수업을 한 P에게서 톡이 왔다. 일 학년 반 세 명이 교재를 안 갖고 왔다고 메세지를 보내면서, 각 반 진도 상황을 같이 보내줬다.
수고했다고 답톡을 보내면서 일학년 학부모들에게 당부 문자를 보내겠다고 했다. P는 매너용 엄지척을 댓글에 달아줬다. 학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교재를 잘 못 챙겨 오니, 한 번 더 부모님이 체크해 주시라고 단체문자를 보냈다.
스탠드 세 개를 켜고, 형광등을 끄고, 샌달우드 인센스를 피워놓고 이제 좀 쉬어보려고 하는데,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피곤해서 일찍 들어왔다고. 배고프냐고 물어봤더니, 점심을 어중간하게 먹어서 저녁은 안 먹겠다고 했다. 요즘 한참 일본 다이어트약을 먹으면서 체중감량에 신경을 쓰고 있더니 밥 안 먹으면 큰 일 나는 사람이 밥을 굶겠다고 했다. 저녁밥 안 차려도 되니 몸은 편한데 신경이 쓰인다.
최근에 남편은 내 다이어트의 라이벌이 되어 나를 자극하고 있다. 남편이 체중계 위에 올라갈 때는 옆에서 매의 눈으로 체중계의 숫자를 노려보곤 한다. 0.5킬로그램이 올라가면 안도하고, 0.5킬로그램이 내려가면 약이 오른다. 내 체중이 안 빠지니 너도 빠지면 안 된다는 심보다. 나도 이런 고약한 심보가 있더라.
나름 단백질 건강식을 먹으려고 달걀 세알을 풀어 소금 간을 하고, 여기에 순두부를 숭덩숭덩 잘라 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려줬다. 소고기 미역국도 끓여주고. 오늘 내 저녁 메뉴는 순두부 달걀찜에 미역국, 그리고 며칠 전에 도착한 운림가 파김치이다. 배 불리 먹고도 몸이 가벼웠다.
두 시간 후 뭔가 자극적인 게 입에서 당겼다. 남편을 살살 꼬드겨 본다. “우리 편의점 털러 갈래?” 마침 입이 궁금했던 남편이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선다. 집 앞 편의점에 들어가서 바구니부터 챙기고, 달콤 짭쪼름한 과자 2+1을 몇 종류 담았더니 바구니가 금방 넘쳐난다. 여기에 아이스바 몇 개를 더 올려놓으니 몇 만 원이 쉽게 나온다.
장바구니 한가득 군것질거리를 갖고 집에 돌아온 우리는 각자의 과자 창고에 과자를 정리해 넣었다. 남편은 소파에서 ‘먹태깡’을 먹으며 티비와 유튜브를 동시에 보고 있고, 나는 내 방에서 ‘오레오 시나몬 번’과 ‘제크 쵸코’를 반 씩 꺼내서 자극적인 맛을 음미하며 유튜브를 보고 있다.
건강한 저녁 식단 후의 공장 과자 맛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