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니 눈이 침침하다>

by hotlionheart


어른들이 눈이 침침하다는 표현을 종종 했었는데, 젊은 중년이었던 나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되었었다. 인공 눈물 넣으면 눈이 밝아지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이었다.


월요일 저녁때 카페 마감하고 이틀은 쉬어야 하는데(하하하), 어제 학교 수업을 흥이 나서 열정적으로 하고. 오늘 갑자기 가을맞이 옷 정리를 하면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여러 차례 돌리고. 옷에서 떨어진 먼지들이 바닥에 가득해서 간만에 일회용 청소포를 끼워 마대자루를 이방 저 방 거실까지 돌렸다.


육체노동을 하고 나서 누워서 쉬려고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열두 시. 이 시간에 눕는 건 내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부랴부랴 머리를 감고, 강풍으로 대충 머리를 말린 후 책 두 권을 가방에 넣고 카페로 향했다.


근래에 쓰기 시작한 돋보기를 귀에 걸고 겨우 한 시간 책을 봤을까. 하품도 안 했는데 눈에서 눈물이 줄줄 나오는 거다. 눈물을 훔치며 이건 무슨 종류의 눈물인가 생각해 보니, 너무 피곤해서 나오는 눈물인 것 같았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물을 끓여 애플 시나몬 티를 우려내고, 피로회복을 위해 일회용 포장이 된 아카시아 꿀을 넣어 휘휘 저어 맛을 보았다. 안 달다. 그래서 야생꽃 꿀을 하나 더 뜯어서 넣고 또 휘휘 저어 맛을 보니 살짝 달콤한 맛이 난다. 음 좋아. 하면서, 머그잔을 들고 내 방 소파에 앉아 스툴에 다리를 올려놓고 있다.


암막 커튼을 치고 침대 사이드 테이블 위 작은 스탠드 하나만 밝혀놨다.


눈이 아까보다 더 침침하다. 현미경으로 물체를 관찰할 때 초점이 안 맞으면 뿌옇게 보이는 그런 류의 불투명함이 느껴진다.


달콤한 애플 시나몬 티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셔 본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떠 본다.


또 한 모금 마시고 눈을 감고,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 본다.


잠시 눈 위쪽으로는 가수면 상태였을까..


다시 눈을 뜨니 시야가 아까 보다는 밝아졌다.


그래. 침침함은 피곤이 원인이었다고 혼자 결론을 내리며, 이 저질체력을 개선하는 것이 여러 가지를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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