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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향상, 그것이 알고 싶니?

by 슈퍼엄마

수업시간에 문학 작품 속에 쓰인 반어, 역설과 같은 표현법의 특징과 그 효과를 배우는 중이었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를 배우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저 선생님.. 시 내용이 좀 이상해요.."

"응? 뭐가??"

"나뭇잎이 어떻게 벌레를 먹어요?"

"무슨 소리야?"

"벌레 먹은 나뭇잎이라고 하잖아요.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고 하고..

이 시 좀 이상해요.. 벌레가 나뭇잎을 먹은 건데 잘못 쓴 거 아닌가요?"


아.. '벌레 먹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한동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문제 삼아 '문해력'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심심한 사과'에 대해서 '왜 사과를 심심하게 하냐', '성의 없이 사과한다'라고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온라인상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기사를 통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고 겪는 일이라 그리 놀랍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 정도겠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가 맞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걸까?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휘력의 문제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어휘의 개수는 한정적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어휘력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쓰는 말을 옆에서 들어봐도 그리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 않다.


그럼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은 도움이 될까?

학창 시절에 '우선순위 영단어'를 들고 다니면서 달달 외웠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 써먹지 못한 기억이 난다. 어휘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문장 안에서 쓰이기 때문에 그 어휘가 쓰이는 상황과 표현을 함께 알아야 효과적이다.


그런데 아는 어휘가 많으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위 상황이 '벌레'와 '먹다'라는 어휘를 몰라서 생기는 문제는 아닌듯하다. 설령 '심심한'의 뜻이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임을 모른다고 해도 사과의 표현과 함께 쓴 걸 보고 문맥상 어느 정도 뜻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글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 이것이 문해력이다.


문해력이 높으면 글의 행간을 읽을 줄 알게 되어 글의 의미 파악이 쉬워질 뿐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 능력까지도 키울 수 있다. 이해와 표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라도 문해력은 중요해 보인다. 이러한 문해력을 키우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라고 단언한다.


문해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는 문학작품이 효과적이다. 비문학 글에서는 학문적, 전문적인 용어가 많은데 비해 문학작품은 좀 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와 문장이 많다. 그리고 인물의 심리와 상황이 함께 제시되어 있으니 문맥을 파악하기에도 더 효과적이다.


글을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문해력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번에 술술 읽히는 쉬운 책 보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 미만정도 나오거나, 정확하게는 몰라도 대충 의미 파악이 되는 정도가 좋다.

그 이상 모르는 어휘가 나오거나 유추가 안되면 자신의 수준보다 많이 어려운 책이라 흥미를 잃거나 자신감이 떨어져 포기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책으로 시작하여 글의 수준을 점차 높여가는 방법이 좋다.


그렇게 고른 책을 자주, 꾸준히 읽는 것이 핵심이다. 언어는 감이고 습관이기에 단시간에 늘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다.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조급함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시는 분 연락바람.)

자주 읽고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찾아보고, 그 어휘가 쓰인 문장을 또 읽어보고..

꾸준한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거북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중학생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요...수학, 영어 학원 다녀야지..'

나뭇잎이 벌레를 먹는 것과 수학, 영어를 못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쓰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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