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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쓰기의 힘

by 슈퍼엄마

"책을 읽긴 읽었는데 기억에 안 나요"
"책을 읽어도 별로 도움이 안돼요."

학생들에게 책을 읽자고 권유하면 많이 듣는 소리들이다. 책이 재미없어서 안 읽는다는 학생들도 많지만 재미가 없어도 이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면 읽어볼 생각이 있다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읽었어도 남는 게 없다면 독서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이 재미있어서 읽는 경우도 있겠지만 책을 통해 더욱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그것에 내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는다. 그러나 책을 읽어도 지식이 늘어나는 것 같지도 않고 내 삶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더 이상 책을 읽을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책 읽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내 삶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생각 때문에 지속적인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삶이 변했다고 말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다.

그럼 왜 같은 책을 읽고도 누군가는 남는 게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삶이 변화했다고 하는 것일까?

나는 그 차이가 어떻게 읽느냐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냐에 대한 대답으로 메모하며 읽기를 권한다.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느리게 읽기> , 데이비드 마킥스


메모하며 읽기는 눈으로만 읽는 소극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책에 메모를 하며 읽는 능동적인 독서를 말한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 항상 독서일지를 쓰게 한다.

처음에 독서일지 쓰기를 한다고 하면 꼭 이런 질문을 한다.

"독서일지 왜 써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활동 중에 하나가 '쓰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된다. 그러나 차근차근 독서일지 쓰기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일단 독서일지를 쓰면 책의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책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있다 해도 우리는 그 내용을 전부 기억하지도 못하고, 기억할 수도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감동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책장을 덮고 시간이 지나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은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독서일지를 쓰면 책의 중요한 내용뿐 아니라 책을 읽으면 든 생각과 감정도 기록을 통해 오래 븥잡아둘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일지를 들춰보면서 그때 그 생각과 감정을 다시 불러올 수도 있으니 더욱 효과적이다.


두 번째, 독서일지를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을 떠다닌다. 이때 일지를 쓰면 쓰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일지를 쓰기 위해서는 책을 천천히 정독하면서 읽기 때문에 생각과 감정들이 더 잘 떠오르기도 하며, 글로 적는 동안 막연했던 생각이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해진다.


세 번째, 독서일지를 쓰면 책을 두 번 읽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이라고 해도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내용이나 인상 깊은 구절들 그리고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독서일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책을 한 번 더 보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써놓은 독서일지를 보면서 감상 실력이나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책을 읽은 기록이 쌓이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니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성취감은 다시 독서로 이어지고, 이를 반복하면 독서 습관이 형성에 도움이 된다.


"독서 일지에 뭐라고 써요?!"

왜 쓰냐는 질문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일지 쓰는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책의 종류나 독서의 목적에 따라 일지 쓰기 양식을 조금씩 다르게 한다.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을 관계를 파악하면서 일지를 쓴다던가, 인물에 대한 나의 생각과 평가를 적기도 한다. 소설의 줄거리가 복잡하고 길 땐 끊어가며 중심사건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일지를 쓰면 내용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지식책을 읽을 때에는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더 알고 싶은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다. 또한 칼럼이나 주장하는 글을 읽을 때는 글쓴이의 견해에 공감하는 부분이나 비판하는 부분을 적어보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다.


책의 종류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는 읽은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거나 기억에 남는 구절과 함께 인상 깊은 이유를 함께 쓰도록 한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을 반드시 적도록 하는데 궁금했던 점은 책을 읽는 동안에 풀리기도 한다. 풀리지 않는 질문이나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질문은 독서 토론의 주제로 삼아 좀 더 깊이 있는 독서활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실제로 토론할 때는 책 없이 독서일지를 보고 참고하면서 하기도 한다.

독서일지를 처음 써보거나, 책을 읽고 난 후에 감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인용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는 정도로 가볍게 쓰게 하기도 한다.


보통 독서활동이라고 하면 독후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독후감은 책을 다 읽은 후에 쓰는 완성된 한 편의 글을 말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글쓰기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독후감보다는 그때그때 짧은 시간을 내어 독서일지 쓰는 방법을 선호한다. 래서 내가 쓰는 독서일지를 '독서하는 중에 쓰는 감상문'이라는 뜻으로 '독중감'이라고 부른다.

독서일지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너무 잘 쓰지 않는 것이다. 어디까지는 기록은 거들뿐. 기록하는데 너무 집중하고 공을 들인 나머지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일지 쓰기가 부담이 되어 책 읽는 것도 멀리할 수가 있다. 뭐든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의 일지 쓰기를 려한다.


일지 쓰기 후엔 아이들의 일지를 읽어보고 아이의 이해정도와 감상능력을 파악하여 능력과 수준에 맞는 방법으로 일지를 꾸준히 쓸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준다. 그리고 잘 쓴 아이의 일지는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여 다양한 일지 쓰기 방법을 스스로 느끼고 배우도록 한다.


처음엔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관련된 경험을 써내는 모습을 보면 독서일지 쓰기의 힘을 실감하곤 한다.


백문이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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