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엄마 Dec 01. 2023

여행지에서 책 읽기

  여행을 떠날 때 가방 속에 책 한두 권을 꼭 챙겨간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여행과 책은 닮은 구석이 있다. 일상을 잠시 잊게 해준다는 점,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 배우는 것이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여행지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 곳에서  하는 독서는 평소와 조금 다르다.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 탓일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그래서인지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책을 읽으면 책의 의미가 더 와닿기도 하고 지금 내가 하는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발견할 수도있다. 무엇보다 여행까지 와서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야 책을 읽는 것이 더 근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예전엔 일정이 빠듯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을 선호했다. 많이 보고 들어야 충분히 여행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생각할 시간이 많은, 틈이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 틈에 책 한 권을 살짝 끼워주면 그 시간의 밀도는 더욱 깊어진다.

  지난 여름 아이들과 제주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우리 둘째는 강아지에 단단히 빠져있었다. 길을 가다 강아지를 보면 쳐다보거나 쫒아가고, 강아지가 그려진 옷을 입고 인형을 종류별로 사 모았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동네 서점에 종종 들리는데 그날 책방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조금 높은 선반 위에 놓인 강아지 책을 제일 먼저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엄마를 부를 새도 없이 그쪽으로 달려갔고, 까치발을 하고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닿을락 말락 하던 차에 손가락으로 툭 건드러진 책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양장본에 꽤 두껍고 무거웠던 책은 떨어지면서 모서리쪽이 찍혀버렸다. 하필이면 2만 원도 넘는 비싼 책이었다.

"마음대로 만지면 어떻게 해..엄마를 불러야지.."

속상한 마음에 아이에게 한소리를 했다. 하는 수 없이 책값을 지불하면서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숙소에서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함께 책을 읽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개와 소녀는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이자 위안과 희망을 주는 사이였다. 그때는 남편도 없이 혼자 아이를 데리고 처음하는 여행이었기에 책의 내용이 더 와닿아 뭉클했고 여운이 남았다. 아이도 재미있는지 몇 번이고 또 읽어달라고 했다. 그날 밤 책 덕분에 우리는 더욱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는 그 책을 볼 때마다 아이는 "엄마 이거 우리 제주도에서 읽었지? 제주도 재미있었는데 또 가고 싶다." 라고 말한다. 책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때 그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딸려 나왔고, 덕분에 그 여행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사랑의 꿈>을 쓴 손보미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럴 때가 있잖아요. 소설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걸 읽었던 순간은 이상하게 잊히지 않을 때가.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데 문득 어느 날 기억해 내고 마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손보미 작가는 그런 순간들이 모여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책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걸 읽을 때 행복했던 순간, 편안했던 느낌만은 오랫동안 생생하다. 그 좋았던 기억들이 모여 계속 책을 찾게 만들었다. 여행을 떠나서 책을 읽는 것은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 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다.

제주 여행 때 산 두 권의 강아지 책^^



                    

이전 04화 독서도 장비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