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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Dec 08. 2023

독서모임 같이 할까요?

독서모임을 처음 해 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한 달에 한 번 선배들, 친구들과 만나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첫 모임을 앞두고 어찌나 긴장되던지. 모임에서 한마디도 못할까 봐 전날까지도 책을 여러 번 들여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끙끙거리며 머리를 싸맸다. 고민은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막상 모임에 나가보니 어렵거나 부담스럽기보다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 조금 놀랐다. 물론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색함은 친밀함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책을 사이에 두고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새롭고 특별하게 여겨졌다. 그때의  좋은 기억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모임을 찾게 되었다.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고, 육아 휴직중일 때는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독서모임이 여기저기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듯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어 온라인 독서모임도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독서모임을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처음에는 머릿속에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가끔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다른 사람들 생각이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말하고 싶어 안달 나기도 하고, 일상에서 말할 일 없던 내 진짜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면 내 안에 답답했던 것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 이야기를 하던 중에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스스로 찾기도 하였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독서모임은 내게 헤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이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어렵다면 책을 읽을 때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쳐놓고, 독서모임 때 그 문장을 그대로 읽는다. 그리고 왜 밑줄을 그었는지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입장이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는 경제 관련 도서를 읽는 독서모임과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비정기적으로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경제분야는 배경지식도 별로 없고 어려워하는 분야라 혼자서는 손이 잘 안 가서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모임을 이용했다. 덕분에 2년째 꾸준히 경제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지식과 관심을 쌓아갈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할 때는 비슷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생각들에 대해 공감이 되고, 이해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해결책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는 경우도 많다. 동네 독서모임은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내가 사는 세상 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신선하다. 나와 다른 다양한 생각을 들으면서 생각의 유연성이 커지는 기분도 든다. 일상생활에서 생각의 부딪힘은 오해와 단절을 만들지만 그 사이에 책이 자리하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독서모임은 그런 힘이 있다.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재미있다'이다. 처음에는 '책을 좀 많이 읽고 싶어서', '지식을 쌓고 싶어서' 모임에 찾아왔다고 하는 사람들도 모두 '재미'를 얻어간다. 그 재미가 나와 독서를 좀 더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 힘이 아닐까 한다.  


벌써 5년째 하고 있는 동네 독서모임에서는 매년 연말에 연말모임을 한다. 한 해동안 읽은 책 중에 좋았던 책을 나누고 독서모임의 소감도 나눈다. 지난번 독서모임 때 황현필의 <이순신의 바다>를 함께 읽었는데 이번달에 영화 <노량>이 개봉된다고 하여 이번 연말 모임 때는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매일 직장생활과 육아로 쳇바퀴돌 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생각할 시간,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독서모임은 그런 내 삶에 잠시 쉬어가는 쉼표이자, 무미건조한 삶에 반짝이는 생기를 심어주는 느낌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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