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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Dec 22. 2023

'많이'읽기 보다 '깊이'읽기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름하여  나만의  '독서  어워즈'.

가장 재미있었던  책은  무엇인지, 다시  읽고  싶은  책, 추천하고  싶은  책을  분야별로  뽑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내용과  감상을  떠올리다 보면  그  책을  읽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  나기도  하고, 내년에  읽고  싶은  책이나  독서  목표를  계획하다 보면  새해에  대한  기대감까지  생긴다. 무엇보다  올  한 해  나의  관심사나  독서  습관 등을  통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좋다.


올해 가장  특징적인  독서  습관은  완독률이  적다는  것이다. 평소에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책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읽어야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읽다만  책이  많다. 그것도  재미가  없어서라기보다  빨리  다른  책이  읽고  싶어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책을  읽고  나서  기록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간단한  메모를  하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독서일지에  따로  기록을  한다. 인상  깊은  구절을  필사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적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서평으로 다시 한번 기록해 놓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읽고 난 후에 여운도 오래 남는다. 그러나  올해는  기록하지  못하고  읽기에서  끝난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작년하고  비슷하게  읽은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책  유난히  적었다. 그 밖에도 책을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읽지 못하고 중간중간 핸드폰을 하면서 읽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책을 돌려가며 읽다가 중간에 소외되는 책이 자주 생겨났다.

매년 이맘때면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찾아보는데 여기에서 올해 나의 독서 습관을 설명해 줄 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키워드 ‘분초사회’이다. 시간의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시간을 분초로 나누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TV를 보면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대신 요약본을 본다고 한다. 최근 드라마 요약본 영상에 '결말만 써주실 분?!'이라는 댓글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났다.


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시간을  아껴 쓰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은  어디에 쓰는 걸까? 예전엔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자주 읽었는데 요즘은  그  시간을  숏츠나  릴스와  같은  짧은  영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책에서는 시간의  밀도를  높일수록  높은  생산성과  함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에  반해  '깊이'를  희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뼈를 맞은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었는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이 별로 없다면 나는 왜 책을 읽은 것일까?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진  것도 문제였다.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거나  깊이  생각하지  못하다 보니 책을 읽고 난 후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깊게 이어지질 못한다. 단편적인  생각들을 나열하다 결국 잊어버리고 만다.


그땐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남는 게 없다는 생각에 좀 허무해졌다. 가끔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또는  귀찮다는  이유로  생략하는  것들이  오히려  일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독서에서 만큼은 효율을 찾기보다는 좀 천천히 가도 좋지 않을까?

내년에는 적게 읽더라도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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