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돌보며, 나를 돌보다

by 슈퍼엄마

이제 이사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월요일에는 세탁실과 실외기실에 탄성 작업이 있었고, 거실 전등을 떼어내고 실링팬을 설치하면서 추가 조명 작업도 진행했다. 어제는 화장실과 주방 줄눈 시공, 도배 보수까지 마쳤다. 이제 입주 청소만 남았다.

정말 긴 여정이었다.


4월 사전점검으로 시작해 4개월 넘게 준비한 이사. 이사가 처음도 아닌데, 이번만큼 힘들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아마도 준비 기간이 길었던 탓일 것이다. 게다가 새집 입주 날짜와 맞지 않아 임시 거처에서 한 달을 보내고 있으니, 실상은 이사를 두 번 하는 셈이었다. 인테리어 때문에 이곳저곳 발품을 팔며 고르고 결정하는 과정도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 모든 걸 병행했으니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내가 휴직 중이었기 대문이다. 학교에 나가 있었다면 결코 이만큼 신경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사 준비는, 내 휴직 기간의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나는 원래 바깥일에는 시간과 정성을 아낌없이 쓰는 편이지만, 집안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집안일은 굳이 ‘잘’ 할 필요는 없고, ‘일단 하기만 하면 되는 것’ 쯤으로 여겼다. 애써도 티가 잘 나지 않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직을 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레 집안일에 더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집안일을 미뤄왔는지 하나둘 마주하게 되었다. 귀찮아서, 쉬고 싶어서, 못 본 척하며 미뤘던 일들이 이사 준비를 계기로 눈에 띄었다. 금 간 타일, 벽에 뚫린 구멍, 엉성한 수납과 닫히지 않던 문, 손만 대면 고칠 수 있었던 자잘한 불편함들.


집을 팔기 위해 정성스레 닦고 수리하면서, 문득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왜 살고 있을 땐 하지 않았던 걸, 남에게 주려고 하니까 할까?’
생각해보면 내 집일 때야말로 더 소중히 가꿔야 하지 않았을까. 불편함을 개선하지 않고 그럭저럭 지내온 지난 태도가 아쉽고, 또 후회되었다.

이번 이사는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내 일상의 태도가 어떤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더 미루지 않고, 내가 사는 공간을 나답게 돌보고 싶다. 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자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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