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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Mar 03. 2020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선택적 인지를 끌어내는 마법의 주문

# 상대방이 늘 들을 준비가 된 이야기는 자신의 WHY’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볼 준비가 돼 있는 것만 본다”
People only see what they prepared to see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현명하게 말했듯이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눈으로, 귀로, 촉감 등으로 입력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중요한 것만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고, 회상합니다.


부츠를 사야겠다, 결심하고 나면 온통 사람들의 신발만 보게 되고, 미용실에 갈 때쯤이 되면 사람들의 머리 모양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만약 이때 누군가 부츠 세일 정보를 알려주거나, 헤어 스타일 유행 이야기를 한다면 어느 때보다 관심 있고, 주의 깊게 들을 겁니다.

 

의식을 하는 순간 갑자기 보여지는 정보들 (사진 : 픽사베이)

사람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늘 들을 준비가 된 이야기는‘자신의 WHY(관심과 열망)’에 관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아무리 소음 속에 있더라도 우리의 이름이나 뒷담화는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할 동안 상대방은 생각합니다.

 내가 왜 이걸 들어야 하지?
이게 왜 나에게 중요하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상대방은 우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쓸모없는 정보’ 서랍에 집어넣습니다. 설사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어도 말입니다. 고요한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프리젠테이션을 듣더라도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때는 아래의 문장을 머릿속에 기억해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당신의 WHY입니다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순간 상대방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사실 당신의 WHY’입니다 판결의 진짜 수혜자가 누구일까요?


“저는 나사의 엔지니어가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백인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않으면 엔지니어가 될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제 피부색을 바꿀 수 없지요. 그래서 저는 ‘최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판사님, 오늘 보게 될 모든 재판 중에서, 어느 판결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 중요한 판결이 될까요? 어느 판결이 당신을 ‘최초’로 만들어 줄까요?”     
출처 : 영화 '히든 피겨스' 포스터

영화 ‘히든피겨스(Hidden Figures)’ 는 1960년대 미국 NASA에서 근무하던 흑인 여성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메리 잭슨은 정식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합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백인들만 갈 수 있는 학교를 졸업해야 하죠. 흑인인 메리 잭슨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메리 잭슨은 법에 호소합니다. 그녀의 말을 보면 재판장에서 판결을 앞둔 판사의 고민과 부담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해당 교육 기관에‘최초’로 유색인종을 허용하는 것이 기존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부담감      

둘째. 허용할 경우, 인종차별이 상식이라고 여기는 기득권 계층의 동료집단으로부터 받을 압박(peer pressure)


첫째. ‘최초로 유색인종을 허용해야 하는 부담감     


메리 잭슨은 영리하게도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녀는 과격한 인권 주의자가 아니라 그저 꿈을 이루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이니까요.


메리 잭슨은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꿈을 얘기합니다. NASA 엔지니어가 되려면 어쩔 수 없이 백인만 입학 가능한 학교에 가야 한다고요. 그런데 본인은 피부색을 바꿀 수 없으니 학교 Rule이 바뀌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불가피하게‘최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둘째. 동료집단으로부터 받을 압박(peer pressure)      


기득권 계층인 판사는 백인 학교에 유색인종을 허용하는 순간 반발이 일어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교 모임이나 언론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죠. 판사가 알지도 못하는 메리를 위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 것처럼 메리 잭슨은 결정타를 날리는 말을 합니다.


 “판사님, 오늘 보게 될 모든 재판 중에서, 어느 판결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 중요한 판결이 될까요? 어느 판결이 당신을 최초로 만들어 줄까요?”     

출처 : 영화 '히든 피겨스'

메리는 자신의 WHY를 이야기하는 대신 판사의 WHY를 이야기합니다.


이 재판의 주인공을 흑인 여성인 메리 잭슨이 아니라 판사로 내세웁니다. 최초’의 영예로운 판결을 내릴 사람은 바로 판사니까요. ‘최초’의 기록을 경신하며 성공적인 인생을 산 판사에게 또 다른 ‘최초’ 타이틀이 생기는 일입니다.


그러자 기존에 피곤하게 느껴졌던 재판이 ‘최초라는 명성을 얻기 위한 기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제 메리 잭슨의 WHY는 판사의 WHY가 되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실 수 있으시겠죠.



# 이 이야기는 사실 당신의 WHY’입니다 채용을 왜 해야 하냐면요...


일터에서 건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이 ‘나의 WHY’만 끈질기게 얘기하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우리의 WHY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이 관심 있는 건 자기 일입니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나의 WHY가 아니라‘상대방의 WHY’를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사례 : 플랫폼 기업의 개발자와 팀장의 대화     


“팀장님, A 프로젝트 코딩 작업을 혼자 하려니 너무 일이 많고 힘들어요. 임시로라도 사람 뽑아주세요.”
“그래. 경영본부에 얘기해볼게. 그런데 해줄지는….”     
팀장님,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그래그래, 알지. (사진 : 픽사베이)


여기에서 개발자는 자신의 WHY(피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원 충원이 이뤄질까요? 아마 어려울 겁니다. 팀장은 자기 문제가 아닌데 적극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일 많다고 호소하는 직원을 보는 건 괴롭지만, 채용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회사 사정 뻔히 알지 않냐며 면박을 줄 본부장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원하는 걸 얻으려면 상대방의 WHY를 찾아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팀장님, A 프로젝트 코딩 작업을 임시로 도와줄 사람을 얼른 채용해주세요. 작업량을 보니 지금 상태로는 예정된 데드라인에 맞추는 게 어렵겠네요. 클라이언트가 분명 펄펄 뛸 텐데 대책을 마련해야겠어요. 저도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일하기 힘들고요.”     


개발자가 힘들고 지치는 건 팀장의 문제가 아니지만,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해서 클라이언트와 문제가 생기는 건 팀장의 문제, 즉 WHY입니다. 얼른 해결해야겠다는 초조함이 몰려오는 자기 문제죠. 그러니 아까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태도가 될 겁니다.

 


자신의 WHY를 이야기한 것과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원하는 걸 얻기 쉬운지는 분명합니다. ‘상대방 WHY’를 찾는 안목이 단기간에 길러지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훈련할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의 꿈을 이뤄드려요 (출처 : EBS 자이언트 펭수, 중앙일보)

비장한 마음으로 상사나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려고 들어가시기 전에 잠시 이 질문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왜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지?


 대답을 찾으셨다면 그게 대화의 중심입니다. 나의 WHY는 뒤에 덧붙여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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