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를 티 내야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일하다 보면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고생해서 따낸 계약, 어렵게 섭외한 연사, 수상 기록 등 ‘누군가 이걸 알아주고 감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들 때가 말입니다. 하지만 환호와 함께 응원을 받는 드라마 클라이맥스 장면과는 달리 주변은 적막하기만 하고, 각자 자기 일에만 빠져있습니다. 심지어 오랜만에 자랑스레 얼굴을 빛내며 상사에게 얘기해도, 그들은 모니터를 보던 눈을 잠깐 떼고, ‘어, 잘됐네. 수고했어.’라며 무심하게 굴 뿐입니다.
억울한 일이죠. 그러니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랑을 효과적으로 티를 내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어휴, 저는 낯간지러워서 그런 거 잘 못 해요.’
‘꼭 그런 식으로 티를 내야 하나요? 제가 맡은 일을 묵묵히 잘 해내고 나면 상대방도 아는 거잖아요.’
아유, 뭘 그렇게 티 내는 거 나는 못해요 (사진 : 픽사베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꽤 많은데 안 됩니다(진지). 세 가지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첫째, 담당자만큼 그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거든요. 담당자도 말해주지 않는 성과의 의미를 알아서 주의 깊게 찾아서 발견한 후 깜짝 놀라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둘째, 자랑할 내용을 구체적인 언어로 얘기해줘야 상사도 위에 보고할 수 있습니다. 늘 실적 압박을 받는 상사에게 고마운 선물이 되는 셈입니다.
셋째, 성과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리더가 되었을 때 치명적입니다. 직원들이 생고생해서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조직에서는 그렇게 고생하는지, 잘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부서라면 누구든 가기 싫어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에이스 직원들은 말이죠. 리더가 조직을 상대로 겸양의 덕을 펼치면 곤란합니다.
# 자랑할 때는 해석을 덧붙입니다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구해줘 홈즈>라는 예능이 있습니다. 집을 구하는 사람이 게시판에 신청하면 연예인들이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을 찾다 보니 현실적이기도 하고, 남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생소한 지역의 시세까지 알 수 있으니 꽤 유용하기도 하고요.
제가 프로그램을 보는 도중에 피식 웃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건 옵션입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거든요. 그런데 인턴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따라온 아이돌 친구가 머뭇머뭇하면서 물어보더라고요.
“옵션이면 좋은 거예요? 옵션이 뭐예요?”
“그냥 공짜로 준다는 거야.”
“공짜로요?! 저는 옵션이라길래 사라는 건 줄 알았어요.”
“아냐, 아냐. (웃음)”
옵션이 그런 의미라니? (사진 : 구해줘 홈즈) 저는 그 친구의 의아함을 이해했기 때문에 웃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는 옵션을 ‘무료로 주는 것’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옵션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선택이라는 뜻이잖아요. 차량을 구매할 때 ‘이건 옵션 사양입니다’라고 하면, 추가로 돈을 내야 설치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제가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질문해봤습니다.
“모델하우스를 갔는데 ‘이 냉장고는 옵션입니다’라고 하면, 냉장고를 공짜로 준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따로 사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대략 50:50으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그러니 ‘옵션으로 드립니다’라고 자랑스레 말했는데 상대방이 생각처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인턴사원처럼 ‘좋아해야 하는지, 부담스러워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망설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상사나 클라이언트에게 성과를 자랑했는데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이라 서운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게 얼마나 힘들게 얻은 성과인데 저렇게 시큰둥한 반응이지?’라고 생각한 적 말입니다.
꽤 많은 경우는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설명해주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상대방은 대부분 잘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의 의도와 정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해석은 <숫자>와 <특별한 스토리>로 만듭니다.
자랑에 해석을 덧붙이는 방법 중에 유용한 두 가지는 <숫자>와 <특별한 스토리>입니다. 두 가지를 적용하면 밋밋한 콘텐츠에 훨씬 생동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김 대리는 기업 블로그 운영하는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 대리의 업무는 A 기업의 블로그를 대행해서 관리하는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달의 블로그’로 선정이 된 겁니다. 기쁜 마음에 고객사인 A 기업 최 과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과장님! 이번에 과장님 회사 블로그가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었어요!”
“오, 좋은 소식이군요. 김 대리님이 잘해주셔서 그렇죠.”
“아닙니다. 최 과장님이 콘텐츠를 잘 주셔서 그런 거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참, 전화해 주신 김에 다음 달 특집 건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최 과장은 다른 업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김 대리는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달의 블로그’선정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저렇게 덤덤하게 넘어가다니요? 들떠 올랐던 기분이 푸스스 가라앉는 소리가 들립니다.
음…. 김 대리님. 최 과장은 ‘이달의 블로그’ 선정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해석을 꼭 붙여주세요. 얼마나 대단한 건지 숫자와 스토리로 말입니다.
① 자랑에‘숫자’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
“과장님! 이번에 과장님 회사 블로그가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었어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총 기업 블로그 14만 개 중에서 화제성, 콘텐츠 충실성 등에서 1등을 했다는 의미입니다(숫자 해석). 축하드려요.”
최 과장은 분명 깜짝 놀랄 겁니다. ‘이달의 블로그’를 플랫폼 메인 노출 정도로 생각했었거든요. 이 정도라면 상사에게 보고할 만한 좋은 소식입니다. 최 과장 회사에서 ‘이달의 블로그’의 위상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14만 개 중 1등’이라는 숫자는 모두 쉽게 이해하는 개념이니까요.
② 자랑에 ‘숫자+스토리’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
숫자와 함께 ‘특별한 스토리’를 덧붙이면 더욱 강력합니다.
“과장님! 이번에 과장님 회사 블로그가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었어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총 기업 블로그 14만 개 중에서 화제성, 콘텐츠 충실성 등에서 1등을 했다는 의미입니다(숫자 해석). 사실 과장님네 경쟁사인 A그룹의 경우는 예산을 10배나 더 많이 쓰고, 2년이나 먼저 시작했는데 아직 한 번도 못 한 기록이에요(특별한 스토리 해석). 축하드려요!”
최 과장은 상사에게 자랑할 것이 두 가지나 생겼습니다. 14만 개 블로그 중 1등일 뿐 아니라, 얄미운 경쟁사를 보기 좋게 눌렀으니까요. 이 정도 성과라면 팀장이 상무에게 보고드릴 만한 내용입니다. 상무는 경영자 회의에서 소소하게나마 얘기할 테죠.
안 그래도 우리 회사 블로그 효과가 별로라느니, 예산이 많이 든다느니, 투덜대는 재무팀의 까칠한 공격이 많았는데 좋은 반격 소재가 되겠습니다.
# 제대로 된 자랑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일터에서의 자랑은 단순히 ‘나 잘했다고 칭찬해줘’, ‘내가 고생한 거 알아줘’가 아닙니다. 기업 블로그 대행사 김 대리의 효과적인 자랑 덕분에 어쩌면 내년에 대폭 삭감할 뻔한 A 기업 블로그 운영 예산이 오히려 증액될 수 있는 겁입니다.
제대로 하는 자랑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그러니 팩트만 나열한 후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당연히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꼭 해석을 효과적으로 넣어주세요. 상대방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숫자’와 ‘특별한 스토리’의 두 가지 해석을 적절히 넣으시는 것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연봉 협상을 위한 연말 실적 보고서를 쓰실 때나 경력 이력서를 쓰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랑을 자랑답게 이야기하세요.
100만큼 일하고도 30도 안 되게 쓰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자기가 말한 게 평가의 기준이 됩니다. 자기가 B라고 평가하는데 상사가 S라고 고쳐주는 일은 없습니다. 해석 없이 팩트만 나열하더라도 상사나 클라이언트가 알아서 의미를 발견한 뒤 감탄하는 일도 없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언어 도구로 '진짜 워라밸'을 얻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