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Feb 11. 2020

언어는 삶의 무기가 됩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언어 사용법

“The limits of my language means the limits of my world.”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20세기 대표 철학자)


# 일의 언어 vs. 일상의 언어     


일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릅니다. 둘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정확성이 중요한가?’입니다.  

    

“엄마, 이번 명절에 뭐 사갈까?”
“글쎄? 물건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게 좋겠어.”     


딸은 고민 끝에 갈비를 사갑니다. 사실 어머니는 고기보다는 굴비 같은 수산물을 더 선호하지만, 딸의 선물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부모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맙고 기특하니까요. 갈등 없는 훈훈한 시간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일의 언어는 다릅니다. 정확성이 떨어지면 비극이 벌어집니다. 


명절을 맞아 특판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대형마트를 생각해보세요. 직원이 상사에게 제대로 된 보고도 없이 갈비를 지난 명절보다 세 배로 주문한다거나(이번에는 농산물 특집으로 하려고 했는데!), 상사가 무슨 특판을 할지 물어보는 직원에게 ‘먹는 게 좋겠어.’라며 모호하게 지시한 후 모른척하다가 갈비를 준비한 직원에게 반품하라고(이미 매대에 모두 깔았는데!) 펄펄 뛰면 안 됩니다.


소비자가 최근의 전염병 이슈로 고기를 꺼리는 마음은 아랑곳없이 ‘뭐니 뭐니 해도 고기가 최고’라며 갈비 세트만 권유해도 곤란합니다.

누가 그러라고 했어!......예에??  (사진 : EBS 펭수)

일은 누군가와 소통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그 누군가는 상사나 클라이언트가 될 때도 있고, 부서원이나 동료가 될 때도 있고, 소비자가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와 상관없이 소통을 잇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대부분 ‘언어’의 형태로 이뤄집니다. 그러고 소통의 정확도는 일의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이라면
머릿속의 생각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 정확한 소통의 세 가지 요소 : 상대방 중심, 단순한 형태, 말센스     


‘나는 애매하게 소통해서 상대방을 혼돈에 빠트리겠다’라고 결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장황하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질서로 향해가는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처럼 말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혼돈을 향해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진 : 픽사베이)

엔트로피 법칙을 벗어나려면 별도의 일(work)이 필요하듯이, 혼돈을 넘어서 정확한 소통을 하려면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 에너지를 상대방 중심, 단순한 형태, 말센스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상대방 중심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전형적인 성향을 이해할 뿐 아니라 어떤 점을 가장 궁금해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사람마다 다 다른 것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다행히도 메이저 취향 또는 경향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이성을 볼 때 어떤 사람은 지적인 타입을, 어떤 사람은 순하고 착한 타입을, 어떤 사람은 카리스마 있는 타입을 좋아하지만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비슷한 것처럼 말입니다. 상사, 부서원, 소비자 등의 공통적인 경향은 존재합니다.

너는 나의 취향저격 (사진 : 아는 형님)

두 번째, 단순한 형태로 전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상은 소개팅에서 온몸으로 호감을 표시하며 무슨 이야기든 주의 깊게 들으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말하면 척척 알아듣는 사람들도 아니죠.


번호표를 가지고 다가온 우리를 향해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어디 얘기해봐라’라는 표정을 짓는 피곤한 공무원에 가깝습니다. 또는 간장을 사 오라고 내보냈더니 간장 종류와 브랜드, 용량의 다양성에 압도되어 ‘어디까지 꼬치꼬치 캐물어도 아내가 화내지 않을까’,‘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까’를 고민하는 남편에 가깝습니다.


세 번째, 약간의 말센스는 도움이 됩니다. ‘약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은근히 스트레스받는 분이 많아서입니다. 위트, 센스, 재치로 무장한 어휘력으로 말 잘하는 사람들이 떠오르거든요. 시의적절한 어휘나 표현 등을 잘 사용하면 좋겠지만, 일에서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다시 말해, 잘하면 분명히 플러스가 되지만, 안 해도 딱히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이 매거진의 연재는 네 가지 부문으로 나눠집니다.


첫 번째는 소통의 언어입니다. 내부(보고, 지시)의 소통과 외부(마케팅)의 소통으로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는 설득의 언어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파토스, 로고스, 에토스의 세 가지 부문을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는 마음의 언어입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동료와 겪게 되는 많은 상황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네 번째는 리더의 언어입니다. 이 부분은 4050 세대의 팀장, 본부장급 중간 리더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넣었습니다.


이미 출간 계약이 완료된 글이라서 어디까지 올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출판사가 허용하는 한도까지는 최대한 올려보겠습니다 :)

그럼 격주로 화요일에 뵈어요!


“우리의 말은 날개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조지 엘리엇(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표 소설가)


단순하게 일하는 방식으로 '진짜 워라밸'을 얻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 바로 가기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