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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Jun 09. 2020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어 습관

악의 없는 실수들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의 언어는 일상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례하거나 빈정거리는 언어, 하대하는 말, 오타투성이의 무성의한 글 등은 누구에게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자기가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은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며, 감사하고 기쁜 말은 모두가 듣기 좋아합니다. 하지만 악의 없이 실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추가로 말해보려고 합니다.



 1. 정확한 현실 대신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면 곤란합니다.

 

# 의욕적인 목표는 좋지만 정확한 현실을 알고 싶어요     


긍정적이고 희망찬 성격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일에서는 약간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정확한 현황 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은 혼선을 가져오거든요.


왜 그런지 팀장과 강 대리의 대화를 통해 말씀드릴게요.     


“강 대리, 이거 언제까지 돼? 좀 급해서 그래.”
“(바짝 집중해서 해도 3시간인데. 그래도 급하시다고 하니까 더 빨리해 드려야겠지?) 팀장님, 2시간 안에 해볼게요.”
“그래그래. 부탁해.”     


   -  2시간 후 -      


“강 대리, 아직도야?”
“죄송해요. 아무래도 1시간은 더 걸릴 것 같아요.”
“뭐?! 아까 2시간이면 된다며?”
너님이 된다고 했잖아 (사진 : 신서유기)
“원래 다른 사람이면 4시간은 걸리는 일이고요, 저도 3시간은 걸리긴 하는데 워낙 급하다고 하셔서….”
“아니,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이제 나가야 하는데! 가져간다고 말을 이미 해놨는데.”
‘(속으로)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화를 내? 다른 사람이라면 원래 4시간이 걸리는 업무인데’     


저런, 강 대리 업무가 원래 4시간이나 걸리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 입으로 2시간이라고 했잖아요.


자기 말이 기준이 됩니다.
그러니 의욕적인 목표 대신
정확한 현실을
얘기해주셔야 합니다.


“강 대리, 이거 언제까지 돼? 좀 급해서 그래.”
“보통 4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이에요. 제가 바짝 해도 3시간은 걸려요(정확한 현실 보고). 급하세요?”
“응. 어떻게 하지? 2시간 후에는 나가야 하거든.”
“음…. 그럼 이 세 개 디자인 중에서 2개만 완성하고, 나머지 하나는 색채는 빼고 스케치만 가져가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2시간 안에 할 수 있어요(가능한 대안 제안).”
“아, 그게 좋겠어. 그럼 1번과 3번을 완성해줘.”     


# 있을지도 모르는 좋은 소식을 사실처럼 얘기하지 마세요     


정확한 정보를 물어봤는데 세상 긍정적인 태도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분들이 계세요. 곤란합니다. 목표대로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되면 비극이 벌어지거든요.


팀장이 송 과장에게 거래처 부품 가격을 물어보는 대화를 한번 보시죠.     

(사진 : 픽사베이)
“송 과장, A 제품의 B 부품 가격이 얼마지?”
“(원래는 1만 원이지만 저번에 송 부장이 20% 깎아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었지?) 원래 1만 원인데요, 20% 할인한 8천만 원으로 해줄 것 같습니다. 더 잘해줄 수도 있고요.”
“아, 그래? 잘됐네.”    

  

-  이틀 후 -     


“팀장님, 죄송합니다. 거래처에 확인해봤더니 1만 원이라고 합니다. 송 부장이 분명히 20% 깎아준다고 했었는데….”
“뭐?! 그럼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얘기한 거야? 무슨 일을 그렇게 해? 벌써 부사장님께 말씀 다 드렸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1만 원이라고 얘기해줬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어요. 하지만 밝고 희망찬 예상을 마치 사실처럼 얘기한 송 과장 때문에 팀장은 시련을 맞게 되었습니다. 쭈뼛거리면서 부사장에게‘사실은 8천 원이 아니라 1만 원이랍니다. 잘못 보고드렸네요.’ 따위의 고백을 해야 하거든요.

오, 상사들에게
정말, 너무 끔찍한 일이에요.
결국 네가 이렇게 나의 뒤통수를 치는구나 (사진 : 부부의 세계)

그러니 눈앞에 상사를 만족시킬만한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고 싶을 때 기억해주세요. 지금은 전망이 아니라 팩트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요.     


“송 과장, A 제품의 B 부품 가격이 얼마지?”
“(저번에 송 부장이 20% 깎아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었지? 음…. 하지만 확답을 받은 건 아니니까) 1만 원입니다(정확한 현실 보고). 무슨 일이신데요? 비싸대요?”
“아냐, 그냥 부사장님이 여쭤보셔서.”     


# 우리 입에서 나간 순간 목표가 아니라 약속이 됩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 입에서 나간 순간 약속이 됩니다. 뒤에 아무리 그럴싸한 사연이 있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그러니 괜히 책임 못 질 약속을 함부로 하셔서 괴로워지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러면 늘 보수적으로 최악의 경우를 얘기하면 되겠네요?’     


하하, 여러분의 상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틀 걸릴 일을 일주일 걸린다고 하면 바로 걸리죠. 그러니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틀 걸리면 이틀 걸린다고, 가격이 비싸면 비싼 대로 정확히 얘기하시면 됩니다. 일정과 가격이 문제가 될 때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요. 돕는 사람을 붙이던, 업무 분량을 줄이던, 구매량을 늘려서 가격을 낮추던 말이에요.


그건 상사가 판단할 몫입니다.


 

2. 말과 행동이 다른 메시지를 보낸다


2년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업체를 경쟁 수주 방식으로 찾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B 기업 대표가 제안서를 공지 날짜보다 늦게 제출하면서 프로젝트를 데드라인에 맞춰서 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고작 문서 제출도 마감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이 2년 장기 프로젝트를 제때 해낼 수 있을까요?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고생한 몇 주간의 시간과 오랫동안의 프로젝트 실적은 그 작은 행동 때문에 가치를 잃게 됩니다.

내가 너의 뭘 믿고? (사진 : 픽사베이)

 3. 채팅하듯이 메일을 보낸다


메일함을 열었을 때 똑같은 담당자가 연달아 3~4통을 보내놓은 걸 확인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메시지 하나 보내고, 생각나서 하나 더 덧붙이고, 생각나서 하나 더 얘기하는 식입니다.


흡사 채팅처럼 말이죠.


비즈니스 메일은 공식 서한이지 채팅이 아닙니다. 파트너가 글로벌 기업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의 언어 도구로 '진짜 워라밸'을 얻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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