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Jun 02. 2020

스몰토크는 스몰하게 하면 됩니다

잡담의 기술


 개인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면 스몰토크가 쉬워집니다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처음 만난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겠지만 대부분은 친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하는 걸 어색해합니다. 상대가 직장 동료나 비즈니스 파트너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업무 협의는 일이니까 대화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는데, 식사나 티 타임 같은 상황이 오면 당황스럽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무지 어떤 화제를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거든요.

아, 반갑습니다. 예에.....저 커피라도? (사진 : 픽사베이)


일 이야기를 빼고 하려니 공통된 주제가 없고, 상대방의 관심사를 알지도 못하니 화제가 겉돕니다. 개인사를 꼬치꼬치 물어볼 관계도 아니니 질문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어디 사세요? 출근은 어떻게? 아…, 힘드시겠네요.”
“여기가 첫 직장이세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요?”
“올여름은 그럭저럭 괜찮네요. 작년에는 진짜 더웠는데.”


이런 무색무취의 대화를 우물우물 나누다가 간신히 괜찮은 주제를 찾으면 나누고, 안 그러면 ‘음식이 맛있네요’라거나 ‘사무실이 좋네요’ 정도의 대화를 이어가다가 서둘러 헤어집니다.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스몰토크라고 해서
꼭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 오해 때문에 상대방의 호구조사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분위기가 더 어색해집니다.

입은 어쩌다 찢어지신 건가요?  (출처 : 맨오브스틸 패러디, 텀블러)


학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에게 학교 이야기를,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에게 결혼이나 자녀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비일비재하거든요. 텔레비전 시청과 스마트폰 서핑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사람(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이)에게 취미나 주말 계획을 집요하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란 말이냐고요?



 업계의 공통된 화제는 언제든 환영받는 주제입니다 


일 관련 수다를 떠세요. 가장 무난하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 회사와 금융 회사 홍보팀 담당자의 식사 자리라고 해보겠습니다. 서로 관심 있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요즘 기업들의 콘텐츠 홍보 트렌드입니다. 라이벌 금융기관일 수도 있고, 외국의 사례일 수도 있고, 금융기관 못지않게 보수적인 기관일 수도 있습니다.


그 광고 보셨냐, 그 콘텐츠 반응 진짜 좋더라, 우리 회사도 이런 콘텐츠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결과는 폭망이

었다, 혹시 그 소식 들으셨냐, C 기업이 온라인 콘텐츠 전담팀에 20명을 배치한다더라, 이번에 L 기업 광고 모델이 바뀐 이유가 사실은 뭐 때문이라더라 등등의 정보성 수다입니다.


이런 주제를 이야기할 때는 사생활을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는지의 부담도 없고, 있지도 않은 취미와 관심을 억지로 쥐어짜 대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진지한 회의나 업무 시간에는 접할 수 없는 쏠쏠한 정보들을 얻게 되니 꽤 유익하기도 합니다.


다른 조직의 소속이면서 일의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술을 퍼마시며 간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스몰토크로 유쾌하고 우호적인 관계, 좋은 인연이 만들어집니다.



 ‘반쯤 열린 질문’이면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운동 좋아하세요? 건강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일단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특별히 건강 관리라고 내세울 게 없기 때문입니다. 대화법에 관한 글에서 ‘예’, ‘아니요’로 답하게 되는 닫힌 질문이 아니라 열린 질문을 하라고 조언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가볍게 식사하거나 차 한잔 마시며 나누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활짝 열린 질문을 하면 부담스럽습니다. 묻는 사람 역시 꼭 알고 싶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비즈니스 스몰토크에 어울리는 질문은 반쯤 열린 질문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후 상대방의 견해를 묻는 방식이죠.


“운동 좋아하세요?” - 닫힌 질문
“건강 관리 어떻게 하세요?” - 열린 질문

“저는 요즘 기초 체력이 떨어져서 금방 피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네요. 혹시 선생님은 건강 관리 어떻게 하세요?” - 반쯤 열린 질문


상대방은 자신이 화제를 구성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이때 자기 자랑보다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말로든 행동으로든, 상대방을 돕는 건 누구나 좋아하니까요.


“회사에서 온라인에 콘텐츠 쓸 일이 많은데 글을 잘 못 써서 고민이에요. 강 매니저님처럼 잘 쓰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거겠죠? 글쓰기를 어떻게 배우셨어요?”


“제가 요즘 워낙 감수성이 메말라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억지로라도 영화를 보려고 해요. 그런데 너무 많아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스몰토크는 스몰하게 하는 겁니다 


직장 동료 중에서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사생활을 낱낱이 알아야 비로소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개인적 고민이나 치부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너는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라며 서운해하는 부류 말입니다.


그들에게 스몰토크는 이렇습니다.


‘자, 나를 믿고 고민을 털어놔 봐. 나도 비밀을 이야기해줄게.’
진짜 비밀 말해도 되나? (사진 : 최고의 사랑)

일로 만난 사이라면 대부분 이런 대화가 편안하지 않습니다. 특히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요즘 세대라면 더욱 거부감이 클 겁니다.


스몰토크는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들어도 크게 상관없는 대화가 스몰토크입니다. 인생의 깊은 고민을 나누는 건 탕비실 커피포트 앞에서 할 게 아닙니다.


스몰토크라면 스몰하게 합시다.



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샤이하지만 의리는 끝내주는 우리 브런치 독자님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일하는 사람의 언어 도구로 '진짜 워라밸'을 얻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책 바로 가기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채널 예스 인터뷰 보기


이전 12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더 단순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