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 vs. 옥토파민
이기고 지는 경험은 삶의 태도에 영향을 끼칩니다
제 서재 책장은 경쟁이 치열한 편입니다. ‘책 용량 보존의 법칙’ 에 따라 새로 들어오는 책이 있으면 그만큼의 책이 탈락합니다. 팔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주기도 합니다. 이 치열 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작년에 견고하게 자리를 지켰을 뿐 아니라, 아마도 10년 동안은 굳건할 책이 있습니다.
조던 B. 피터슨이 쓴《12가지 인생의 법칙》입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법칙은 제1 법칙입니다.
제1 법칙: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피터슨 교수는 서두에서 바닷가재를 소개합니다. 수컷 바닷가재는 먹이가 풍부한 영역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번식 확률을 높여줄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자주 치열하게 싸웁니다.
그런데 전투 이후 승리한 바닷가재와 패배한 바닷가재의 뇌 화학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합니다. 승리하면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고 패배 하면 옥토파민 수치가 높아집니다. 승리자의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높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더 오래, 치열하게 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패배자의 호르몬인 옥토파민이 높으면 혹시 이길지 모르는 싸움에서도 고개를 내려뜨리고 도망간다고 합니다.
결국 이긴 경험이 있는 바닷가재는 점점 더 이길 가능성이 커지고, 진 경험이 있는 바닷가재는 점점 더 지게 됩니다.
바닷가재 같은 상황은 일터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경영진의 사랑을 받는 리더, 상사의 신뢰를 받는 직원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흐릅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고, 프로젝트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과감히 시도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상사에게 달려가 해결책을 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점점 더 인정받고 높은 성과를 거두는 선순환이 이뤄지죠. 상사로서는 참으로 기특하고 애정이 가는 직원입니다.
반대로 눈총과 구박을 받는 직원은 상사와 대화할 때 위축되고 자신 없어 합니다. 지적하면 혼란스러워하고, 새로운 시도를 엄두조차 내지 않으며, 문제가 생기면 마지막까지 감추다가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되고 나서야 간신히 털어놓습니다. 그러면 상사는 노발대발하게 되고 그의 평판은 더 주저앉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괴롭기 짝이 없겠죠.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에서 자신을 얼른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어 하는 상사의 표정을 바라보는 건 비참한 일입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서 얘기하세요
“이번 제품 1,000개 제작이 다음 주 금요일까지 되나요?”
“아, 네.”
“왜요? 뭐가 문제 있어요?”
“네네. 아, 그게…. 됩니다.”
“(미심쩍지만) 그래요? 된다고 했으니 꼭 지켜줘요. 그런데 디자 인은 이게 좋은 거예요?”
“네, 디자이너가 그걸 제일 좋다고 추천했습니다.”
“흠…. 좀 크지 않나?”
“그럼…, 좀 더 작게 바꾸겠습니다.”
과연 금요일까지 제품을 무사히 제작할 수 있을지, 디자인은 제대로 고른 것인지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상사가 원하는 건 일을 똑바로 해줄 사람이지, ‘무조건 YES’라고 하고 결과가 랜덤 으로 나오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은 일을 무사히 마무리해도 상사에게 찜찜함을 남기고, 실수할 경우는 “역시 그럴 줄 알았 다니까. 불안불안 하더라니”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주눅이 들어 보고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불안하게 합니다. 어깨 를 펴고 똑바로 서세요. 주눅 들어서 얘기할 만큼 죄송하고, 송구하고, 틀릴까 봐 걱정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상사도 자신이 마치 악당인 것처럼 불안하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직원을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마음만 먹는다고 바로 생기는 건 아니겠지요. 상사에게 보고하는 게 무섭고 자주 질타받는 분을 위해 실질적인 세 가지 조언을 하려고 합니다.
담당자는 완벽한 정답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 가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의 평균 타율이 0.25 정도인데, 10번 중 2.5번만 안타 또는 홈런을 쳤다는 의미입니다. 즉, 나머지는 깨끗하게 아웃인 셈입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훌륭한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이럴진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안타나 홈런을 날리는 경우보다
아웃을 당해서 다시 보고하는 일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고 주눅 들 필요가 없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얘기하세요, 적어도 몇 번은
상사가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검토할 수 없을 때 담당자를 시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특히 경영진이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샘플링처럼 한두 가지 영역을 정한 후 세밀히 캐묻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꼭 시비 거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A로 해야 하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냐, B는 어떠냐, 다른 대안은 없냐 하는 식으로 따집니다. 그럴 때 담당자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A’라고 소신 있게 주장하면 어느 순간 공격을 멈추고 쓱쓱, 결재를 합 니다. 나머지는 자세히 보지도 않고 말입니다.
‘이 정도까지 공격해도 담당자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걸 보면 많이 고민하고 꼼꼼하게 검토한 상태겠지.’
하지만 담당자가 혼란스러워하고, 자신이 휘두르는 대로 이리 저리 휘둘리면 상사도 덩달아 불안해집니다. 진짜 맞냐고 물어봤더니 “사실 확실치는 않지만…”이라며 자신 없어 하면 당황스럽습니다.
오랜 고민,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라면 자신의 의견을 빛의 속도로 회수하지 마시고 담담하게 얘기하세요. 적어도 몇 번은 말입니다.
이기는 경험치를 늘리세요
자신감은 책상 앞에 붙여놓은 문구를 보며 외친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만년 꼴찌인 학생에게 공부 자신감이 생기는 방법은 긍정적 생각이 아니라 공부의 ‘성취 경험’입니다. 몇 달 동안 노력 해서 한 과목의 성적을 비약적으로 올리면 ‘어디, 다른 것도 해볼까?’라는 의욕과 자신감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상사에게 보고하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감을 늘리려면
‘좋은 보고 경험’을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고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대개 상사와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꼭 보고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만 갑니다. 하지만 ‘꼭 보고해야만 하는 일’은 골치 아픈 문제들입니다. 그러니 늘 안 좋은 소식을 들고 가는 셈이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상사는 그 직원이 찾아올 때마다 ‘오늘은 어떤 나쁜 소식일까’라는 생각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악순환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보고’ 경험을 늘리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좋은 일, 잘되는 프로젝트도 들고 가서 얘기하세요. 상사가 윗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성과를 이야기하고, 평범한 진행 상황과 관련된 수다도 떨고, 기존 업무를 더 잘할 방법이 없는지 상의하시는 겁니다.
좋은 일로 보는 일이 늘어나면 보고자는 ‘상사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라는 걸 알게 되고, 상사는 ‘뜻밖에도 일 잘하는 친구였네’라는 경험치가 쌓이게 됩니다.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세요. 담당자가 사고를 쳐봤자 자기 직급 수준의 사고일 뿐입니다.
조직의 운명을 흔들 정도의 망손이 되기도 쉬운 게 아닙니다. 그 정도의 권한과 위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세요.”
열심히 일하는 데 말 때문에 손해보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을 위한 언어책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