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May 19. 2020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더 단순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언택트 문화의 부상과 위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전례 없이 확대하면서 메신저나 이메일로 정확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고객과 직원 중에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 공포증) 증상이 있는 사람도 많다 보니 메신저나 이메일을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도 언택트 시대가 온 겁니다.


일의 언어에서 ‘단순함과 정확성’은 가장 중요한 특징인데, 텍스트로 하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난도가 가장 높습니다.


맥락 정보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뉘앙스나 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힌트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한 귀로 들으며 ‘아, 지금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런 부수 정보도 없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하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왜 이래요? (사진 : 픽사베이)


그러므로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해야
의도를 제대로 전할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 어떻게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몇 가지 팁을 말하려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시차를 고려해서 완결형으로 말하세요


메신저와 이메일 같은 텍스트 기반의 비대면커뮤니케이션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하는 음성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필연적으로 ‘지연’과 ‘대기’가 생겨납니다.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이 받았는데 5분 동안 침묵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지만, 메신저나 이메일을 보냈는데 5시간 만에 답변을 주는 건 호들갑 떨 일이 아닙니다(팀 메신저라면 좀 다른 이야기겠습니다만).


이런 의미에서 메신저와 이메일은 ‘대화’의 확장형이 아니라 ‘비즈니스 서신’의 확장형입니다. 그러니 채팅처럼 이야기하면 시간을 몇 배로 낭비하게 됩니다.


“바쁘세요? 지금 시간 되시나요? ㅎㅎ”
왜 안 읽지? 왜 안 읽지? 어! 읽었다. 왜 답변이 없지?? (사진 : 픽사베이)


친근하게 말하는 건 상관없지만 읽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답변에 대응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실시간으로 메신저와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습니다(그렇게 급한 경우라면 전화를 해야 합니다).


“네 괜찮습니다”라고 3시간 후에 대답했는데 정작 물어본 사람은 그때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간단한 커뮤니

케이션에 며칠을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텍스트형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서로 몇 시간에 한 번씩 답변해도 문제가 없도록 완결형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정 MD님, 안녕하세요. 요즘 바쁘시죠? 다름이 아니라 지난주 말씀드린 P 제품 수량을 3,000세트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가격, 조건은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거 보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사진 : 팽수)


상대방이 궁금한 게 없도록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예전에 대통령 경제사절단 업무를 할 때였습니다. 경제사절단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할  때 경제 외교를 목적으로 동행하는 경제인들을 의미합니다. 기업 담당자들은 회장 또는 사장이 가는 대통령 행사이다 보니 매우 민감했습니다. 기업에 따라서는 경제사절단 행사 자체가 생소한 담당자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기업마다 부서별로, 담당자별로 돌아가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 저에게 몇 번씩 전화를 했습니다. 제 전화가 통화 중인 경우가 많다 보니 전화가 한번 연결되면 도무지 끊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생활을 반복하고 나니(그런데도 살은 안 빠지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비슷했습니다. 언제 구성원이 확정되는지, 호텔은 어디인지,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료는 뭘 줄 거고 언제까지 주는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입니다.


그래서 다음번 경제사절단 업무 때는 업무 프로세스를 조금 바꿔서 처음부터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기관명] 대통령 인도 순방 경제사절단과 관련하여 안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 인도 순방 경제사절단’ 담당자 박소연입니다. 대표님이 이번 경제사절단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궁금해하실 만한 사항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1. 행사 개요

이번 행사의 개요를 첨부했습니다. 정부와 해외 국가 담당자의 협의에 따라 세부 내용은 일부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 명단 확정

이번 사절단 명단 규모는 20명입니다. 대표님을 포함한 전체 명단을 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명단은 다음 주 수요일(7/12)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시간은 미정이라 밤늦게 결정될 수도 있으므로 목요일(7/13) 09:00에 보고 가능하다고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명단이 정해지면 늦은 시각이라도 담당자님께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3. 진행 스케줄

앞으로 진행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7/14 15:00] 1차 행사 자료 송부

* 명단 및 일정, 행사 호텔 확정


(2) [7/20 15:00] 2차 행사 자료 송부

* 상세 일정, 해당 지역 개요 및 주요 산업 이슈 참고자료, 상대 국가 VIP 약력


(3) [7/25 15:00] 최종 행사 자료 송부

* 업데이트된 일정 및 참고자료


4. 참고자료

경제사절단 행사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년 카자흐스탄 순방 자료를 첨부합니다. 공개되는 자료가 아니니 내부 보고 및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5. 부탁 말씀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아래 연락처로 연락 주세요. 그런데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메일(aaaaaa.com)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통화 중인 경우가 많아 연결이 잘 안 될 수 있거든요. 메일 주시면 늦더라도 당일에 꼭 회신드리겠습니다.


혹시 급한 문의인데 제가 통화 중이면 아래 담당자에게 문의하셔도 됩니다.


김ㅇㅇ 팀장 tel : 02-111-1111, bbbbbb.com

송ㅇㅇ 대리 tel : 02-222-2222, cccccc.com

고맙습니다.

박소연 드림


단순하고 명확한 소통이 반드시 ‘짧게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전체적인 업무량을 줄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짧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단순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거니까요




‘지시와 의견’, ‘느낌과 요청’을 뒤섞지 마세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정보를 뒤섞어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지시와 의견’, ‘느낌과 요청’을 섞기 때문에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다음은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담당자가 한 말(메일 또는 메신저)입니다.


“박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의 제품 디자인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꼭 시안 보내주세요. 얼마 전에 M사의 신제품 디자인 봤는데 진짜 멋있더라고요. 저희도 기대가 큽니다!”


박 디자이너는 이걸 보고 M사의 신제품처럼 미니멀한 느낌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요즘 자기들 회사의 콘셉트는 컬러풀하고 강렬한 이미지인데 이렇게 하면 곤란하다고 거절하는 겁니다.


“M사의 제품 같은 콘셉트를 원하시는 것 아니었어요?”
“아니, 제가 개인적으로 그게 좋아 보였다는 거지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었잖습니까?”


저런! 듣는 사람은 “얼마 전에 M사의 신제품 디자인 봤는데 진짜 멋있더라고요”라는 말을 당연히 요청 사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다시 처음부터 디자인해주셔야겠어요 (사진 : 부부의 세계)


그러니 머릿속에 떠오른, 별 의미 없는 ‘그냥 생각’이라면 아예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굳이 쓰고 싶다면, 적어도 요청 사항과 ‘그냥 생각’을 분리해서 이야기해주세요.


“박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의 제품 디자인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꼭 시안 보내주세요.

참, 그리고 얼마 전에 M사의 신제품 디자인 봤는데 진짜 멋있더라고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취향이니 그런 식으로 디자인해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박 디자이너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가 미니멀보다는 컬러풀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쪽이잖아요.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기대가 큽니다!”




수신인 지정에 정답은 없지만, 권장 사항은 있습니다


메일과 단체 카톡방에 불필요한 정보가 넘쳐나 스트레스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조직에나 해당하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권장 사항은 있습니다.


1.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넣습니다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관계자들을 잔뜩 넣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그렇게 스팸처럼 보내는 사람의 메일은 안 읽거나, 대충 읽거나, 가장 늦게 읽게 됩니다.


2. 직속 상사와 핵심 파트너는 참조로 넣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파트너 직원(부서 팀원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과 직속 상사(선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의사 결정권자)는 참조로 넣는 게 좋습니다. 부서 대 부서로 업무 요청을 할 때는 직속 상사를 참조로 꼭 넣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정도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뿐 아니라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다른 파트너 직원이나 부서장이 알려줄 수 있습니다.


3. ‘참조’와 ‘보고’를 구분합니다


‘수신인’은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라는 의미이고, ‘참조’는 ‘알면 괜찮을 내용입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참조’는 혹시 안 읽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수백 통의 메일 속에 늘 직속 상사를 ‘참조’로 넣고는 나중에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명히 저번 주 수요일 메일에 참조로 같이 보냈잖아요?! 그때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왜 지금 이러세요?”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중요한 내용이면 ‘참조’로만 보내선 부족합니다. 위와 같은 항의를 듣는 사람은 “분명히 약관 242페이지의 세 번째 줄에 있는 내용인데 왜 지금 이래요?”라는 얘길 들었을 때처럼 억울한 기분이거든요.

하... 사이코 상사만 신경쓰면 될 줄 알았더니 (사진 : 신서유기)


‘참조’로 보냈는데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는 게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읽음’ 표시가 떴다 해도 열기만 하고 읽진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중요한 내용이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해주세요. 아니면 적어도 메일을 포워드해서 ‘[의사결정 필요] 첨부된 메일 참조해주세요’라는 시그널이라도 주어야 합니다.


메일뿐 아니라 단체 채팅의 경우도 같습니다. 상대방이 꼭 해야 하는 일이나 알아야 하는 정보는 개인 채팅으로 따로 알려주시거나 최소한 ‘알겠다’라는 답변이라도 꼭 들으시길 바랍니다.



일하는 사람의 언어 도구로 '진짜 워라밸'을 얻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책 바로 가기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당첨자 발표!!


브런치 독자님의 샤이함을 무릅쓰고 메일 보내주신 분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


아래는 당첨자 명단입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아이디 일부만 공개합니다. 당첨되신 분들께는 보내주신 메일로 모두 회신 드렸습니다.


ji***oko

jessi****10

jcw***6

g***n43

hu***6

***le16

bless****94

cogu****hg

**osin

zus***enz

p***onow

a***nss

이전 11화 근거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