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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May 26. 2020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현장과 자신의 얘기를 하세요

‘진짜 이야기’의 힘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아요, 진짜 얘기를 들려주세요


우리가 상대방보다 압도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설득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세상은 넓고, 우리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은 넘쳐나거든요. 그래서 상대방 중심으로 화제를 구성하고 다양한 근거를 덧붙이더라도, 결정적 한 방이 추가로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그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진짜 이야기’입니다.

 

‘저 사람이 얘기하는 건 진짜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결정타 말입니다. 사람들이 ‘진짜 얘기’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장의 이야기, 두 번째는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진짜 이야기:현장의 이야기


20대 새파란 나이의 컨설턴트가 30년간 경영을 진두지휘한 CEO를 대상으로 조직 시스템 개혁 제안서를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방법으로 설득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사람이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우선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죠. 승진할수록 업무 지식, 인맥, 조직 운영 능력 등은 계속 성장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잃게 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현장의 감’입니다.


고객을 만날 때마다 물어보고, 주말에 몰래 현장에 나가서 살펴보기도 하지만 매일 현장을 누비는 실무

자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죠.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모르는 현장의 얘기를 시작하는 상대를 만나면 마음을 활짝 열고 듣게 됩니다.


자, 그러면 20대 컨설턴트가 경영 노장을 만나 어떻게 설득하는지 보시죠.


“지금까지  제안하는 업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말씀드렸습니다. 대표님, 궁금하신 점을 물어봐 주십시오.”


“이것 봐요. 잘 모르시고 하는 얘기인데 우리가 지금 하는 시스템은 우수 사례로 장관상까지 받은 겁니다. 직원과 고객 모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상대방의 방어적 태도)


“맞습니다. 예전에는 효율적이고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프로세스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가 A 부서 업무를 일주일간 지켜봤습니다. 그랬더니 G사보다 업무 처리 시간이 1.4배에서 3배가량 더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직원들도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번 건의했다고 합니다.(현장의 얘기-직원)


“그게 무슨 소리지? 전혀 들은 적 없어요.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회사 업무 시스템이 효율적이라서 좋다고 했단 말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게 틀렸다고? (사진 : 신서유기)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직원들은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습니다. 직원뿐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이 회사의 주요 고객사 다섯 군데 담당자와 3주 동안 따로따로 만나서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우리 고객들도 불만이랍니까?!”


“네, 그래서 자기들도 난처하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거래한 곳이고 제품도 만족스러운데, 다른 기업보다 피드백 속도가 떨어지다 보니 급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는 다른 곳에 맡기는 분위기라고 합니다.(현장의 얘기-고객사)


대화의 주도권은 20대의 컨설턴트에게 넘어갔습니다. 이 컨설턴트는 직접 보고 들은 현장의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CEO와의 까마득한 경력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컨설턴트는 ‘진짜 이야기’를
 CEO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두 번째 진짜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한 섬유유연제 상품이 주문 폭주로 품절 사태가 빚어진 적이 있습니다. 모 아이돌그룹 멤버가 팬들과 온라인에서 얘기하는 도중 ‘섬유유연제 뭘 쓰냐’는 질문에 그 브랜드 이름을 말했거든요. 당연히 소문이 일파만파 번졌고,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혜택을 받은 그 기업은 싱글벙글했죠.


수다 한 마디에 들썩거린 섬유유연제 시장_feat. 저도 지금 이거 써요 ㅎㅎ (사진 : 인터넷)


만약 그 아이돌 가수가 섬유유연제 광고 모델로서 얘기했다면 반응이 그토록 폭발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진짜라는 생각이 안 드니까요. 팬들은 자신의 스타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진짜’ 사용하는 게 뭔지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사진 속에 의도치 않게 찍힌 제품들을 셜록 홈스처럼 추적해서 알아냅니다.


일하는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진짜’ 의견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지금 저렇게 열변을 토하는 내용이 사실 나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내용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많이 속아봤잖아요. 그러니 설득할 때는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야, 나두 했잖아. 너두 할 수 있어 (사진 : 야나두 광고)

제가 본 의사는 이런 대화법을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었어요.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고 온 보호자에게 수술과 약물치료 중에서 고르라고 할 때의 일입니다. 보호자는 확신이 없으니 계속 망설입니다. 부작용도 걱정되고, 비용도 천차만별이니까요. 망설임이 길어지면 그 의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는 B 방법을 추천합니다. 만약 저희 부모님이 이 병에 걸리셨다면 저는 그 방법을 쓸 겁니다.”


그 말을 들으면 보호자는 망설임을 멈추고 대부분 B를 선택합니다. 좀 더 후련해진 표정으로요. 자기 부모에게도 쓰겠다는 방법이라면 그 의사가 생각하는 ‘진짜’ 제일 좋은 방법 아니겠어요? 신뢰감이 상승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강력한 게 없습니다. 진정성이 있을 뿐 아니라 반박하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들은 재미있는 사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비타민C 예찬으로 유명한 의대 교수가 있는데, 제가 아는 분이 그 말을 따라 매일 비타민C를 고용량으로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효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위장 장애만 생긴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으셨대요. 그래서 그 의대 교수에게 전화해 물어봤더니 그분이 펄쩍 뛰면서 이렇게 얘기하더라는 겁니다.


“다 데려와, 다. 그런 말 하는 사람 다 나한테 데려와요. 제대로 연구한 임상증거 있답니까? 나와 아버지 모두 몇십 년째 그렇게 먹고 있는데. 부작용? 그런 거 일절 없고 얼마나 건강한지 몰라요. 그런 말 하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 보라고 해요.”


물론 과학적 논리로 따지면 두 명에 불과한 표본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도 그렇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권해왔고, 몇십 년이나 먹어도 부작용 없이 대단히 건강하다는데 누가 감히 반박할 수 있겠어요? 


‘진짜 이야기’인걸요.


아마 그분은 토론대회 나가셔도 이길 겁니다.

의대 교수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개인 체험에 따른 고집이 합쳐지면 무서울 게 없다 (사진 : 펭수)

일하는 사람의 언어 도구로 '진짜 워라밸'을 얻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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