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러 가자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별 보러 가자

/ 담쟁이캘리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어떤 날
당신의 가늘어진 머리칼 쓸어 담으며
가을 끝자락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세상 누구 부러울 것 없이 빛나던 당신도
여기저기 하나 둘, 지고 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빈 가지의 쓸쓸함과
당신의 뒷모습이 똑 닮았다


불현듯 작아진 당신을 담은 내 눈 안에
수많은 감정이 그렁그렁 맺혔다
말보다 앞서 터지고만 속울음에
내려앉은 가슴 부여잡고


우리, 별 보러 가자
그냥 그렇게 말했다


밤하늘이 맑은 날 밤
별이 현재 완료형으로 내게 왔다


모든 감정에는 시제가 있다
제 아무리 가슴 가득 찬 감정도
제 때를 놓치면 발화되지 못하고
소리 없는 말로 켜켜이 쌓인다


몇 억 광년 떨어진 과거로부터
무모하고 용감하게 미래로 내달려
오늘 밤 내게로 왔다


진심으로 내달린 별이 나보다 나았다


곱디곱던 당신의 손등 위에
켜켜이 쌓인 거친 시간들 야속해
잠잠하던 밤하늘에 수다스레
별들을 늘어놓았다


별처럼 지나고 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억겁의 사계를 반복하면서도
꺼내놓지 못했던 별의별 것들이
현재 완료형이 되어 지금,
당신에게 닿았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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