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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Mar 09. 2021

별처럼 살고 싶습니다.

산책뒤끝記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름 모를 별이 하나쯤 떠 있다. 



그 별의 이름이 궁금하지만, 그냥 별이라고 부르고 싶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빛나는 이름 없는 별로 기억하고 싶다. 

별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스스로 타는 천체를 말한다. 

그는 내가 산책할 때마다 만나는 스승 중 하나다. 

별은 늘 내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로 마주친 별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 





영원히 빛날 것 같은 별도 끝은 있다. 

초신성은 별의 마지막 단계로 평소보다 수억 배 이상 밝게 빛나며 폭발한다. 

죽음부터 클라이맥스가 시작되는 삶은 내가 바라는 꿈 중 하나다. 

프란츠 카프카가 떠올랐다. 

그도 별처럼 잠잠하게 빛을 내다가 죽음이 다가오자 친구에게 원고를 태워달라는 유언을 한다. 

하지만 카프카의 가치를 알았던 친구는 미완성인 원고를 책으로 내고 만다. 

지금도 1924년에 사망한 카프카의 빛은 우리를 비추고 있다. 





별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은 언제나 과거의 유산이다. 

지금 보는 별이 10억 년 전 빛일 수도 있다. 

심지어 태양 빛조차 8분 전에 보낸 과거의 결과물이다. 

왕년의 빛을 보고 있노라면 초신성이 되는 꿈을 상상하게 된다. 

최소한 “예전이 좋았지”라는 말버릇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별 같은 삶이리라.

두 번째로 마주친 별이 내게 묻는다. 

“지금 어떤 말을 뱉고 있는가?”





넓은 밤하늘을 짧게 수놓는 별이 있다. 

바로 별똥별이다. 

별똥별이란 지구 중력에 이끌려온 떠돌이 먼지나 소행성 티끌이 대기 안에서 불타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은 아니지만 이성적이지 못한 내 마음은 여전히 별로 정의한다.

우리는 그가 떨어질 때마다 소원을 빈다. 

기다려주지 못한 별똥별이 야속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밝은 대낮에도 별똥별은 계속 떨어진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중요한 점은 언제 어디서나 내가 하는 말을 그가 듣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원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세 번째로 마주친 별이 내게 묻는다. 

“스스로 결과를 내고 있는가?”





별은 남이 대신 태워주지 않는다.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타며 빛을 낸다. 

그렇기에 별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24시간 중에 스스로 타는 삶은 얼마나 될까?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나의 의지로 선택한 건지 돌아보게 한다. 

남이 지시할 때만 움직이는 삶은 자존감을 시커멓게 태워버린다. 

외부에서 넣어준 장작은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그것에 익숙해진 빛은 밝을 순 있어도 나를 따뜻하게 할 순 없다. 

바라는 삶이 있다면 수동적인 일조차 나의 일로 재구조화시켜야 한다. 

말단 직원이어도 CEO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빛나기 마련이다. 







별의 세 가지 질문에 혼쭐이 나면 공원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하늘보다 빛나는 별이 땅에 있다. 

바로 가로등이다. 

인공별이지만 잠시 경치를 감탄한다. 

자기 자리에서 일정한 빛을 내는 그들도 산책할 때는 내게 별이다. 

만약 조명보다 땅에서 더 빛나는 별을 찾는다면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일 것이다. 

사람은 소우주 속에서 제각각의 색으로 하늘 아래서 빛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증거자료 1호로, 별별 사람들이 많은 현상을 증거자료 2호로 제출하는 바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빛나는 별이 아닌 적이 없다. 

스스로 별이 아니라고 정의하지 않는 이상.





나는 별의 삶을 동경한다. 

유명한 별자리의 스타는 바라지 않는다. 

밤하늘의 중앙일 필요도 없다. 

끝자락에서 자기만의 빛을 내는 별이 되고 싶다. 

내가 어둠을 조금 밀어내기만 해도 좋다. 

스스로 탄다면 그것만으로도 후회 없는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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