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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Oct 15. 2024

비텔스바흐 가문의 궁전들: 님펜부르크와 뮌헨 레지덴츠

바이에른 왕국의 찬란한 역사가 뮌헨에 남긴 것들

뮌헨은 바이에른의 주도이지만 뮌헨이 독일이기 이전에 600년 동안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물론 세계 2차 대전의 폭격으로 대부분 재건되었지만 많은 유적지가 남아있다. 독일, 하면 합스부르크를 떠올렸는데 사실 합스부르크의 주 무대는 현 오스트리아라고 할 수가 있고 바이에른을 통치했던 가문은 비텔스바흐 가문이었다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배웠다. 장신의 미남, 미녀들을 배출한 가문이지만 유전적으로 정신병이 있었다고 한다. 합스부르크의 프란츠 요세프 1세와 결혼해서 바드 이슐의 카이저빌라에 살던 미녀로 유명한 씨씨 공주가 이 가문 출신이다.  



뮌헨을 가면 꼭 들려야 하는 대표 관광지들 중 몇 개는 비텔스바흐 가문 사람들의 생활공간이다. 하나는 뮌헨 외곽의 여름 별장, 님펜부르크 궁전이고 하나는 도시 궁전인 레지덴츠이다.

  

님펜부르크는 조용한 도시 외곽에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을 모델로 삼아 지은 궁전인데 퍼디난드가 그의 후계자 맥시밀리안 2세를 낳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1664년 짓기 시작했다. 후대 제후들 사이드에 갤러리도 추가하고, 윙도 추가하면서 궁전을 점점 확장시켜 나간다. 이때도 프랑스의 스타일은 핫했나 보다.


 


메인홀은 휘황찬란하기가 그지없다. 신선들이 노니는 그림이 가득 찬 높은 천장에 거대한 샹젤리제 몇 개가 주렁주렁. 님펜부르크는 님프, 산, 강 등 자연에서 사는 요정인 님프에서 따와 지었는데 참으로 여름 별장 궁전에 걸맞게 잘도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 걸맞게 님펜부르크 여기저기에 요정님들이 그려진 그림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이곳은 린더호프 성, 그리고 아직도 미완으로 남아있는 헤렌 킴제와 디즈니 성으로도 유명한 노인슈반스타인을 시공한 궁전광 루드비히 2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알테 피나코텍을 지은 루드비히 1세는 (루드비히 2세의 할아버지) 예술과 미학에 관심이 아주 많았는지 님펜부르크에는 그가 사주한 미인 갤러리라는 것이 있다. 신분과 계급을 막론하고 그의 취향 여성 36명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님펜부르크의 방이다. 그는 갈색머리에 코가 긴 여자가 취향이었던 듯하다.




여행 후반 부에 접어드니 인스브루크에서도, 잘츠부르크에서도, 밤베르크에서도 레지덴츠들을 다녔던 차에 이 궁전이 저 궁전 같고 저 궁전이 이 궁전 같고 한 느낌이 들 때쯤 뮌헨 레지덴츠에 입성했다. 작년 파리에 일주일을 머무르면서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베르사유는 스케줄에 낄 수 없었는데 베르사유를 못 가봐서 모르겠지만 익명에 누군가에 의하면 뮌쉔 레지덴쯔는 베르사유에 맞먹는 레벨의 궁전이지만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가 있다고 했는데 과연 사실이었다. 독일 여행이 특히 좋았던 이유들 중 하나다.



레지덴츠는 궁전, 보석전시관, 극장으로 나뉘어있는데 하나만 볼 수도 있고 콤보 티켓을 살 수 있기도 하다. 일단 우리는 메인 궁전으로 오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르네상스 스타일로 꾸며진 앤티콰리움. 비텔스가문이 가지고 있는 조각상들을 전시하고 있는 방인데 스케일이 엄청나다. 앤세스테럴 갤러리를 못 봐서 판단하긴 그렇지만 뮌쉔 레지덴쯔에서 탑 3안에는 들어갈 것 같은 멋진 공간이다.



레지덴쯔에서 최애였던 그린 갤러리. 손님들을 접대하는 연회장?이었다고 한다. 연두색 실크벽과 황금테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화려하기 그지없는 샹들리에까지 초호화 화려함이 매우 맘에 들었던 공간. 나도 내 집에 이런 색감 방 하나 꾸밀 수 있으면 바라보기만 해도 예뻐서 뿌듯할 듯.




왕좌의 방이니 왕비의 방이니 하는 방이 한 두 개가 아니긴 했지만.... 특히 예쁘다고 느꼈던 황금 왕좌의 방. 역시 권력을 가져야 해! 금박으로 뒤덮인 방이라니!




궁정 교회와 예배당. 특히 교회 내부에는 세계 2차 대전 때 맞은 폭격으로 손상되었던 교회의 사진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보는 교회 내부는 철저하게 재건된 구조임을 알 수가 있었다. 금은 어딜 갖다 붙여놔도 예쁜 건지 파랑 천장에 금박 장식의 아늑한 예배당도 참 예쁘다.




식기에 큰 관심은 없지만 레지덴츠의 이 엄청난 식기 세트 컬렉션은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뒷이야기가 흥미로웠다. 1806년 바이에른 왕국의 초대 국왕이었던 막시밀리안 1세 요제프가 레지덴츠에 둥지를 트는데 여러 해에 걸친 전쟁들로 한 왕국의 궁전에, 마땅한 은식기 세트가 없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1816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시대가 저물며 그의 동생이었던 제롬 보나파르트 역시 유배자 신세를 면치 못하자 막시밀리안 요제프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제롬 보나파르트가 망명 생활의 자금 마련을 위하여 그가 가지고 있던 은식기를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제롬으로부터 은식기 세트들을 사들였던 딜러가 바바리아 왕국에 이를 팔아넘기며 원래 프랑스산이던 은식기가 뮌헨 레지덴츠로 안식처를 옮기게된다.


레지덴츠 메인 궁전은 아주 멋졌지만 역주행이 금지라 아쉬운 점이 많았다. 너무 예뻐서 다시 돌아가보고 싶었던 방들이 몇 개 있었는데 뒤로 돌아 걸을 때면 경비원들에게 막히기 일쑤였다. 심지어 처음 들어가자마자 방향을 잘못도는 바람에 힐끗 보기로도 제일 멋있고 유명한 방중 하나로 보였던 가문의 역대 선조들 121명의 초상화를 금테 액자에 담은 엔세스트랄 갤러리 (선조화 갤러리)를 놓쳤다는 건 아직도 기가 막히다. 나오면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흑흑.



따로 입장권이 필요한 레지덴츠의 쿠빌리에 극장. 극장은 오후 2시쯤에 열었던 것 같다. 엄마가 바르셀로나의 음악당과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들어가 보지 못한 걸 두고두고 회자하며 아쉬워했던터라 레지덴츠 극장은 꼭 가봐야 했고 가보기를 잘했다. 톤이 다운된 빨강과 금은 필승 조합으로 따뜻한 느낌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화려하고 조화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이런 소규모 극장에서 임윤찬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참 환상적이겠다.




마지막으로 레지덴츠의 보석 박물관. 문 닫기 전에 거의 마지막 방문객 느낌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빤짝빤짝한 것은 다 여기 있군 싶은 곳이었다. 왕관, 목걸이, 귀걸이 등 악세사리 등은 물론 보석으로 장식된 테이블부터 검, 금으로 된 식기들, 그 당시에는 귀했을 시계나 거울 등 엄청난 컬렉션을 자랑했다. 물론 사람들은 작고 반짝반짝한 것을 아름답게 느껴 본능적으로 좋아하겠지만 예로부터 계급이 높은(?) 왕실 사람들이 이렇게 보석을 다 쓸어가고 모아댔으니 현대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보석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수집하고 싶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예수님 제단들. 왕실 사람들이 방에 놓고 기도하는 용도로 썼다는 듯. 특히 진주를 주렁주렁 달아놓은 성모 마리아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던 커버가 진주로 뒤덮인 책.




이런 사진을 올리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장신구들. 실제로 보면 너무 반짝거려서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하다. 그리고 또 예뻤던 화장품을 보관하는 케이스들. 트레져리라고 불리는 보석 박물관까지, 레지덴츠를 다 보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엄마랑 여행을 다니면서는 가끔 식사를 빵이나 커피로 대충 해결하는 날들도 있었는데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레지덴츠 구경은 끝이 없어서 3시가 다돼서 더 이상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을 때쯤 극장 구경을 끝내고 보석박물관을 가기전에 밥을 먹으러 나왔다. 뮌헨에 유명한 비어 하우스들이 그렇게 많다니 안 가볼 수는 없고 어디를 가보긴 가봐야겠다는 사명감에 비어 하우스를 가기로 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술집인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 am Platzl)는 들러봤는데 사람들이 너무너무 바글바글하고 땀냄새인지 뭔지 쿰쿰한 냄새나는 것 같아서 가고 싶지가 않았다. 몇 개를 더 검색해 보다가 마리엔츠 광장 근처에 있는 와이스 브로이하우스에 가서 맥주랑 학센 반개 짜리를 먹었는데 다시 한번 관광객 상대로 장사를 하는 식당은 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학센 반개짜리가 비르히테스가든에서 먹는 통학세랑 가격은 비슷했고 솔직히 말해서 이걸 이 돈 주고 먹었다는 게 조금 짜증 났다.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한국인 커플에게 여기서 먹지말고 나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크노들도 별 맛이 없었고, 학세는 너무 드라이해서 맛이 없었다 (옆에 학세 그릴이라는 집이 있던데, 거기가 훨씬 맛있어 보였음). 맥주는 맛있었다.



St. Peter

밥을 먹고 레지덴츠 보석 박물관 구경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드디어 갈 수 있었던 세인트 피터 성당.


장장 3주를 집을 떠나 여행을 하고 마지막 여행지인 뮌헨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다보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슬슬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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