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의 장난처럼 이어진 우리의 인연 @서울밤도깨비야시장
# 2018년 여름 어느 날
6년 전 여름, 절친한 고향친구 S의 둘째가 태어났다. 육아를 도와주려 반찬을 가득 챙겨 한시간 거리에 있 는 친구네 집으로 갔던 그날,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첫 아이와 유모차에 누워 잠든 둘째 아이를 데리고 한강변 산책을 하던 날이었다. 연애에 시큰둥 하던 시기, 그런 날 보며 S는 그녀의 고향친구였던 D의 이야길 이따금씩 하곤 했었다. 마침 산책을 하며 무얼할까 고민하던 찰나, "D도 부를까?"라며 당시 대전에 살던 D를 불러보겠다는 S의 제안에 "그래, 난 괜찮아, 그 친구가 괜찮다고 하면 불러도 돼."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잠시, 전화 통화가 끝나고 이윽고 "온대!"라는 소식을 전해준 고향친구. 그렇게 몇 시간만에 대전을 출발해 서울로 온 D. 우리 셋은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공통점 하에 어색하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인사를 하며 그해 여름 밤 함께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구경을 하고, 한강공원 카페에서 각자 음료를 한잔 씩 나눠마시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고향 친구인 신분으로.
# 2018년 9월 9일
"H야 안녕, 나 D야. 잘 지내?"
시간이 흘러 부산으로 출장이 계획 된 시기 우연히 D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런 저런 연락을 주고받던 우리. 부산에서 근처의 고향 집까지 태워다주겠다며 일이 끝날 시간에 맞춰 대전에서 부산까지 데리러 와 준 D와 (여전히) 친구관계가 이어졌다. 그렇게 때때로 자주 서울로 와 준 D덕분에 친한친구 관계를 이어가다 이듬해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1년만에 다시 방문했다. 마치 지난 추억을 되새겨 보듯. 썸인 듯 친구인 듯 긴장되는 간질간질한 만남을 이어가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던 D의 초롱초롱하던 눈빛과 끊이지 않던 나에 대한 질문이 그를 더 알고싶게 만들었다.
시끌벅적한 야시장을 둘러보며 간식도 사먹고, 서로에 대한 질문공세로 탐구를 하던 중 문득 저 멀리서 버스킹 소리가 들려왔다. 기억은 나질 않지만 분명한 건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단 것. 제법 선선하던 가을 밤공기에 기분이 한뜻 들뜬 나머지 무심결에 그의 손을 덥썩 잡고 "어! 저 노래 들으러 가자!"하고서 버스킹 장소로 그를 끌고 있었다. "아...!"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스스로 벌인 일에 스스로가 더 놀란 나머지 벌어진 사건에 버스킹은 온데간데 없고 머릿속이 온통 하얗기만 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알아가고 싶었던 터라 "연애를 하고서 손을 잡던 뭘 하던 순서를 지켜야지, 이게 무슨일이람."이라며 생각이 온 머릿속을 휘감았다. 갑자기 손을 놓는 광경도 우습고, 그렇다고 잡고 계속 가는 것도 이상한 상황. 그런 내 머릿속은 아는 지 모르는 지, 두툼하고 따뜻하게 내 손을 꼭 잡고 걸어가던 D의 손길에 심박수가 고공행진을 했다. "연애는 무슨, 친구지 뭐."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애써 걸어봤지만, 어느 순간 스며들듯 30대에도 설레는 연애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해 준 D를 나는 이미 좋아하고 있었다. 버스킹 노래는 이미 귓가에서 자체 무음 처리된 지 오래.
겨우겨우 버스킹을 보던 중 애써 자연스러운 척 스-윽 손을 놓고 나니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하나 싶어 머릿속이 온통 복잡했다. 지금돌아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그런 내 맘을 아는 지 모르는지, 지금도 그때도 단순하고 싱글벙글 늘 웃는 이친구는 그저 그날의 분위기와 공기를 한껏 즐기며 신나있을 뿐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수습 할 순 없었고, 야시장 구경이 끝나고 D는 나를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집으로 데려다 준 뒤, 다음날 다시 만났다. 우리는 네이버 본사 1층 라이브러리에서 잡지를 보며 서로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고, 전날의 이불킥 에피소드가 불씨를 지핀건지, 창가에 앉아 디자인 잡지 서적을 나눠보며 이야길 나누다 D가 건넨 '나랑 사귈래?'라는 문장이 적힌 자그마한 손편지를 펼쳐 보면서 그렇게 09월 09일 우리의 인연이 시작됐다.
# 2024년 8월 8일
불같이 사랑하고, 불같이 헤어지고, 불같이 만나며 우리의 시간은 상승 하강 곡선을 그리며 빼곡하게 다채로운 일들로 채워져 갔다. 온전히 3년을 사랑하고 알아가고, 비슷한 듯 너무도 달랐던 우리는 6개월이라는 공백기를 지나, 6년이 흘러서야 08월 08일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05월 05일 어린이날, 어린이라고 하기엔 다소 덩치가 큰 우리가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인사를 드리고, 웨딩홀 예약을 하고 각자의 일들로 바쁜 일상들을 보내며 어느덧 결혼식을 3개월 앞둔 9월에 접어 든 어느 날. "그래서 신혼여행지는 어디로가?"라는 질문에 누구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걸 즐기는 우리답게 여행지를 아프리카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모험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하고, 또 누군가는 신혼여행이 이혼여행이 되면 어쩌나 하고 웃음섞인 걱정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목적지 선택에 확신이 들었던 건, 지난 6년간 온전히 나에게 맞춰준 D의 마음이 고마웠고, 신혼여행에서 만큼은 그의 행복과 만족감이 조금은 더 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리고 우리가 방문하게 될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국가 방문에 필수로 맞아야만 하는 8가지 예방접종이 필수사항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뒤늦게서야 사알-짝 고백하자면 아주 오래 전 부터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고싶다는 나의 오랜 꿈도 함께 서린 교집합의 결과물이었다고나 할까. 결론은 필요충분조건에 차고 넘치게 부합했기 때문.
그렇게 우리는 나미비아에서 캠핑카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우리가 돌고 돌아 도착하게 될 새로운 땅. 나미비아로 갑니다.
- 우리의 삶은 모험으로 부터 : 나미비아 신혼여행 episode -
# 기획 / 조정 : D
# 연출 / 편집 : H
프롤로그. 그해 여름, 우리
ep 01. 그래서 우리는
ep 02. 비행시간 40시간, 돌고돌아 결국은 닿게 되겠지
ep 03. 극단의 모험 : 모글리 부부
ep 04. 발길 닿는대로, 우리만의 발걸음
ep 05.
ep 06.
ep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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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