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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광 May 08. 2024

옛 감성 수집

소설과 나


지금도 감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빛을 쐬다 보니,

그때처럼 새하얗게 반짝이진 않는 편이다.


낙엽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웃음이 난다는

질풍노도의 시기 말이다.




감히 말하건대 당시 감성은

소설책이 8할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릴 땐 도서관에 참 많이 다녔다.

책을 많이 보는 가정 분위기에 따라 나도 책을 많이 보았다.

정확히는 소설책.


불건전한(?) 것만 아니면 뭐든 읽어도 좋다는 방침에 따라

나는 자연스럽게 재미를 따라 소설을 읽었다.


일본 현대문학, 장르, 추리를 주로 읽었다.


신기했던 건, 문장 문장을 정성스럽게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어느 때에 정신이 온전히 속으로 들어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것으로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간간히 당시 내가 재밌게 읽었던 작품의 양장본을

조금씩 수집하고 있다.


7~8권씩 하는 장편 소설을 한 번에 모두 샀다가는

다시 읽으나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할 것이 뻔하기에

간간히 한 권씩 사서 채우고 있다.


한 권을 사서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펼쳐 읽다 보면

마치 그때로 돌아간 느낌에 아주 반가운 느낌이 들면서도


당시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던 부분이나

지금 와서는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 새로워 역시나,

금방 다 읽어버리고는 했다.



 

그때 소설이 아니라 무언가 교훈적인,

정보가 가득한 책들을 읽었다면.

예를 들면 '로마인 이야기'라던가, '삼국지'와 같은.


나는 F가 90%가 나오는 사람이 아닌

60%, 혹은 T가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본 적이 있다.


아니 뭐, 사실 그럴 리 없다.

조금 읽다 때려치우고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같은 걸 펼치고 있을 테지.




그런 망상을 한 이유는

감성적이고 예민한 내 성격이

때때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탓이다.


현실에서 살아야 하니,

더 어울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진 탓이다.


다소 동떨어져 있는 감성적인 내가

같이 동떨어져 있는 사람을 어렵게 만나 이해받기보다

내가 조금 변하는 게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탓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릴 적 좋아했던 책을 하나씩 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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