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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경 Jul 02. 2019

아이에게 근심이 생겼다

아이가 묻는다. 어른도 납치되냐고. 납치에 대한 안전교육이라도 받았나 보다. "응."하고 대답하자 아이는 놀란 만큼 걱정도 깊어진다.



    근데 들어보니 엄마 아빠가 납치되어 없어지면 슬플 거란 그런 종류의 걱정이 아니다. "나 치카도 제대로 못해~ 나 굶어~ 나 유치원에도 못가~"  한다.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계속 머리를 굴린다. 할머니랑 살라고 해도 아니, 삼촌네랑 살라고 해도 아니, 큰아빠네랑 살라고 해도 아니. 혼자 골똘히 생각하더니 결정을 한다. "나 우리 고양이들이랑 살 거야. 이제 학교 다닐 거잖아. 학교에서 밥 주니까 그거 먹고살면 돼." 이 눔의 자립심은 유전인가.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깝깝한가 보다. 엄마랑 아빠랑 늙어서 죽어야 한다고, 납치되면 나쁜 사람이랑 싸우라고 한다. 이제야 엄마 아빠랑 헤어지면 슬플 것 같은 생각이 드나 보다. 한 발 늦었다. 

    "나도 엄마도 할머니 된 다음에 죽으면 좋겠다."

    "네가 내 나이 되어도 안 죽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장담하고 나니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이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게 이른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나의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것. 순간 생각만으로 울컥 속에서 올라온다. 아. 내가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아. 내가 엄마를 많이 의지하는구나. 엄마에게 이것저것 쌓인, 한 번씩 치밀어 오르는 짜증은 언제인가 싶게 사라진다. 



    엄마. 오래오래 살아야 돼. 하필 아까 티브이에서 연예인이 마취에서 덜 깬 모습으로 눈물을 그렁거리며 엄마한테 전화하는 걸 봤다.





    "엄마. 오래오래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아야 돼." 

    내가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덕에 우리 아이의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지만 서른에 날 낳은 엄마는 내 바람을 이루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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