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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달 Oct 11. 2019

타인은 지옥이다.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다.



 층간소음으로 1년을 넘게 고생했던 것 같다. 이사를 한지 반년만에 들어온 윗집은 밴드였고, 매일 밤새 음악을 했다. 주인에게 말해봤지만 결국 도돌이표. 나는 스트레스로 이명이 왔고, 꼬박 밤을 새워서 출근을 못한 적도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 소리가 다세대 주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는 인식이 없는 것일까? 새벽 다섯 시까지 드럼, 전자기타, 노랫소리가 이어진 날. 주인에게 말하고 있으니 참자던 내 말에도 동생은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하며 올라갔다. 요즘 소음으로 살인이 난다던데. 너무 걱정이 되어서 문틈으로 계속 보고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본다면 우리나라는 방음에 대한 의식 없이 빨리빨리 집을 짓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건설사, 납품업체 모두 본인들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자제를 빼고, 저렴한 것으로 바꾸고. 대한민국에 아파트가 몇 채인가. 다세대 주택은? 결국 층간 소음은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내가 되었다. 피해자가 되어보니 소음으로 인한 살인이 왜 일어나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음악을 하는 윗집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으면. 악기를 치는 손이 다쳤으면. 목소리를 잃었으면!




 집주인도 난처했을게다. 윗집이 새벽에 계속 음악 작업을 할 때마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냈으니까. 처음에는 같이 걱정을 해주던 주인도 나중에는 답장이 없었다. 나는 답장 없는 주인에게 계속 항의를 했다. 건물주를 하면 너무 좋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했건만. 이번 사태를 경험하며 건물주도 많이 힘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주인에게 이야기를 해봐도 음악 작업을 계속하니 112에 신고하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112에 신고한다고 해결되는 게 없지 않은가? 지인들도 기록을 남겨놓으라는 것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대한민국 경찰이 얼마나 바쁘고, 하는 일이 많겠는가. 그런데 소음까지 해결해줘야 한다니. 심지어 실적에 쌓이지도 않을 일을! 너무 신고하고 싶었지만 참았던 이유는 경찰이 왔다 가면 내가 신고했다는 것을 알 텐데. 신고자에 대한 보호도 추가 보복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사실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삼 일 전 나는 새벽 3시까지 노래를 불러대던 윗집에게 정말 1년 동아 참고 참았다가 글을 썼다. 저는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고, 그 소리들이 신경 쓴다고 해서 안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본인들에게는 예술적인 행위일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라고. 제발 밤 12시 이후에는 음악 작업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호소문 이후 3일째 그들은 밤늦게 곡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것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속이 시원하기도, 불편하기도 하다. 하루는 옆집 이웃에게 동생이 물었다. 혹시 밤에 음악소리 안 들리세요? 동생에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을 했단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들은 이 건물에 오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나는 2년의 전세계약이 끝나기 두 달 전 나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미안하게 됐다고 했지만 건물을 관리해주는 부동산에서도 소음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월세로 돌리려고 하시는데 다시 전세로 하실 수도 있고..' 하면서 끝을 흐리는 소리에 나는 쫓겨나는 거구나. 생각했다. 어쨌든 나도 괴로워 계속 틈틈이 집을 알아보러 다녔으니 괜찮다 싶기도 하고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2달 정도 남짓 남은 집에서 참아도 됐지만 윗집에 메시지를 남긴 것은 다음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고, 이 정도로 아랫집이 1년 넘는 시간 동안 고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현재 이사 갈 집의 계약까지 마친 상태이다. 사실 좀 홀가분하기도 하다. 1년을 연장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골머리를 앓았는지 모른다. 나가 달라고 했을 때 더 이상 연장 여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홀가분하기도 했다. 


 지난주 북한산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을 하던 것도 잠시. 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정말 많은 아파트들과 집들을 보며 저렇게 많은 집들이 있는데 왜 내 집은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 씁쓸했었다.


 2년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것인지. 이사 가는 집의 이웃들은 좋은 사람들 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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