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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달 Sep 29. 2019

광합성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다.


 사람에게도 광합성은 필요하다. 비타민D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맑은 정신, 따뜻한 정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는 해가 가득 들어오는 넓은 창을 좋아한다. 서울 살이를 하며 두 번의 이사 동안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큰 창이었다. 볕이 가득 찬 방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나의 바닥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광합성을 위해 돗자리와 책과 간식들을 챙겨 한강으로 향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도 너무 좋아 눈이 부셔도 눈에 담으려 계속 노력했다. 왁자지껄 다양한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들을 들으며 낮잠을 자기도, 책을 읽기도, 간식을 먹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햇살을 느끼는 그 시간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뇌도 마음도 휴식을 취해야 하니까. 온기를 채워 넣는 그 시간이 너무도 따뜻했다. 


 청소를 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해 활짝 열어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렸다. 빨래를 널고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 집안을 채우고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잠시 누워 쉬다가 집안에 온기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안정감을 느낀다. 온전히 햇빛을 느끼러 나가볼까 하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던 몸을 일으켜 동네 카페로 향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을 쓰는 지금 이번 주말이 무척이나 따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인과 한강 힐링을 마치고 노을이 아름답게 보이는 곳으로 향해 노을을 바라보고, 오랜만에 동생과 동네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에 몰아둔 청소를 하는 평범한 일상. 물론 주말의 끝에서 나는 다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2019년의 계획을 적어 내려가며 작은 한숨을 쉬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힘이 생겼으니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달릴 준비를 해봐야겠다.






 다시 나에겐 엉망진창인 시기가 찾아오고 괜히 서러워 눈물도 흘리는 날이 오겠지. 그럼 지금처럼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되니까. 


그리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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