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해지지 않기 챌린지 ③
업무 시간에 셋째 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아빠 교통사고 당하셨대!"
아버지는 할아버지 밑에서 일을 하시다가, 식당을 차리셨다. 치킨집을 2번, 김치찌개 집을 1번, 카페를 1번. 식당을 여러번 차리고, 접고를 반복하셨다. 마지막엔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장사가 잘 안 됐다. 장사하면서 쌓인 빚을 갚기 위해 지금은 택배 일을 하신다. 새벽 배송을 시작으로 저녁까지 운전을 하신다. 60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몸 쓰는 일을 하는 게 걱정될 때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산 지 3년 정도 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버지와 거리를 두는 게 아름답다고 판단했다.
"다친 덴 없으시대?" 셋째 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허리가 좀 아프다고 하셔. 병원에서는 입원해서 치료받으라고 하던데, 아빠는 그냥 일하겠대"라고 동생이 답했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심하니까 입원해서 진료받으라 하지. 보험 될 거 아냐?" 나의 말에 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아빠는 일당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하루 쉬는 게 타격이 큰 가봐."
하루 쉬면 빚을 갚아야 할 시간이 늘어나니까, 다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삶이라. 아버지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디졸브 됐다. 아버지가 식당을 차릴 때 빌려드린 돈을 고스란히 갚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도 그 돈을 갚아주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했던 적도 있다. 독립을 한 지 3년쯤 되니까 새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나 혼자 살면서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네 남매를 키운 아버지는 오죽했을까. 직장 생활도 벌써 6년 차인데, 좀처럼 나가는 돈이 많아 걱정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다. 내 집 마련은커녕 자취 생활을 접어야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을 쉬지 않고 해도 형편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마치 영원히 바위를 굴려야만 하는 시시포스(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시시포스는 신을 여러 번 농락하고 기만하다가 산 정상으로 바위를 올리는 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바위는 산 정상으로 가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그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한다. 이걸 영원히 반복해야 하다니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가.
그래도 나와 아버지는 시시포스 보다는 상황이 좋다. 언젠가 바위를 그만 굴려도 되는 날이 올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바위를 굴리고 굴리다 보면, 바위가 작아지고 작아져서, 비로소 정상에서는 두 손을 자유롭게 들고 "수고했다!" 소리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바위를 굴려본다. 부디 아버지와 내가 지치지 않고, 다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