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향 Oct 24. 2024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은인이 되길

시련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한동안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열풍이었다. 나 역시 앉은자리에서 1화부터 7화까지 정주행 할 정도로 빠져들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지만, 네임드 셰프들을 '백수저'로 재야의 고수 요리사들을 '흑수저'로 나눈 설정이 재밌었다. 거기에 안성재와 백종원 심사위원을 포함한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서사가 프로그램을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최종화까지 보고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딱 두 번 있었다. 결승전에서 에드워드리 셰프가 심사위원 앞에서 "한국 이름은 이균입니다"라는 편지를 읽었을 때와 이모카세가 인생 요리에 얽힌 가정사를 털어놓았을 때다. 


출처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100명 중 최종 8명이 남은 라운드에서 요리사들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요리를 선보이라는 미션을 받는다. 여기서 이모카세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이모카세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됐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국수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모카세는 국수가 가난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그렇게 먹기 싫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다 어머니마저 당뇨 합병증으로 눈을 수술하게 되면서 이모카세는 죽기 살기로 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국수 장사를 하면서 결혼을 하고, 식당을 확장하고, 지금은 아들딸 원하는 거 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싫었던 국수가 자기에게 은인이 됐다면서 안동 국시를 인생 요리로 선보였다.

 

이모카세의 이야기를 듣다가 옛날에 재밌게 봤던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떠올랐다. 극 중 주인공 동백이(공효진 역)와 동백이의 친구 향미(손담비 역)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동백이는 고아라는 이유로, 향미는 술집의 딸이라는 이유로 어딜 가도 무시와 차별을 받았다. 동백이는 커서 남편 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며 식당을 한다. 향미는 동백이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동백이 돈 3천만 원을 훔쳐 남동생에게 보낸다. 동백이는 향미가 훔친 걸 알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동백이를 보며 향미는 이렇게 말한다. 

"너나 나나 인생 바닥인 거 쌤쌤인데 세상 대접도 사랑도 받아본 적 없으면서 왜 너만 세상을 밝게 살고 다 품으려고 하냐!"


출처 : KBS2TV '동백꽃 필 무렵'


모양과 크기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다. 처한 상황이 똑같다고 해서,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모습이 결정된다. 누군가 그랬다. 가난하게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건 내 잘못이 맞다고. 

나는 또 한 차례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었지만, 술 앞이 아닌 글 앞에 앉아 있고자 선택했다.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은인이 되길 바라면서.


이전 06화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