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모아 만든 별빛
기다리던 기적은 오지 않았다.
사랑도, 행운도 없었다.
대신, 나를 지키는 힘이 남았다.
#1.
회계사 시험을 끝낸 동생과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
두 달 만에 만난 동생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누나, 예뻐졌네. 요즘 술 안 마셔?”
“술을 줄이기도 했고, 수영을 해서 살이 좀 빠졌어.”
“그래서 그런가? 뭔가 달라 보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동생이 다시금 말했다.
“알았다. 누나 눈빛이 달라졌네. 눈에 별을 박아둔 것 같아. 누나 곧 좋은 사람 만나겠다.”
최고의 칭찬이었다. 맑은 눈빛은 성형으로도 얻을 수 없으니까.
나는 상처로 부서진 마음 조각들을 모아 별을 만들고 있었나 보다.
#2.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에 소개팅 필요한 남자가 있었는데, 언니한테 말 안 했어.”
“왜? 어떤 사람이었는데?”
“직장도 번듯하고, 경제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사람 같았어. 근데 언니한테는 중요한 조건이 아니잖아. 언니는 언니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이 우선인 것 같더라고. 언니가 인연을 잘 찾아가고 있는 듯해서 굳이 말하지 않았어.”
동료가 본 나의 이상형은 정확했다.
나는 드디어,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이상형 찾기’를 다짐하며 글을 쓴 지 6개월이 지났다.
글을 쓰는 내 모습은 흐린 어둠 속에서 왼손으로 별을 그려가는 사람 같았다.
미래는 아득했지만, 나는 나를 빛내기 위해 애썼다.
운동, 독서, 공부.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갔다.
그러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질 때면 이런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는 반드시 잘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 부족하고, 서툴고, 시련을 겪는 사람들도, 성실히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죠.
저는 꼭 성공해야 합니다.”
반협박에 가까운 기도였다.
그 기도는 이루어졌을까?
글을 쓰면서 내가 바랐던 에필로그의 첫 문장은 '나는 나만의 충섭이를 찾았다'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다. 사랑은 없었다.
송강이나 박보검 같이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인연이 나타났다거나, 복권 당첨 같이 뜻밖의 행운이 쏟아지는 기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마음은 가볍다.
나의 시간들은 분명히 결실을 맺고 있었다.
퇴근 후 누워 있다가도 책상 앞에 앉을 수 있는 끈기,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금세 일어나는 회복력,
불쾌한 말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와 위트,
설레지 않는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단호함,
그리고 설레는 마음 앞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힘.
이 정도면,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앞으로 다가올 퀘스트도 만만치 않겠지만, 조금은 성장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연재를 마무리한다.
사랑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끝내 나를 피워냈으니까.
흐린 어둠 속에서도 별을 그려가는 모든 이들이, 결국 빛을 만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