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밥을 먹는다. 예전에 누구는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밥을 먹는다고 해서 신기했었다. 그럼 아침에 양치를 두 번이나 한다는 건데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다.
"엄마도 그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응. 어차피 밥 먹고 양치할 건데."
"아, 예전에 하윤이가 엄마 입 속에서 따뜻한 똥냄새 난다고 했었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맡았을 때. 그거네~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들하고 얘기하기 전에 미리 매너 챙기려고 양치하는 거지. 잘 잤어? 하면서 뽀뽀할 때 똥냄새 안 나게."
엄마 말을 들으니 좀 이해가 됐다.
"그래도 난 그냥 밥 먹고 양치하고 싶어."
"하진이는 그러고 싶어? 하윤이도?"
하윤이도 당연히 그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도 그러고 싶대서 우리 셋은 양치를 하지 않고 아침에 밥 먼저 먹기로 했다.
엄마는 아침밥으로 고등어를 자주 준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준다. 나랑 하윤이는 밥에다가 차가운 보리차를 붓고 엄마가 발라 준 고등어 살이랑 같이 말아먹는 걸 좋아한다. 이런 걸 오차즈케 라고 한다고 엄마가 말해 주었다. 오차즈케는 원래 일본 요리이고 보리차 대신 녹차를 쓴단다. 언젠가는 같이 일본에 가서 찐 오차즈케를 먹어 볼까? 하고 엄마랑 약속했다. 오차즈케 뿐만이 아니다. 일본에 가면 난 연어초밥을 배 터지게 먹을 거고 엄마는 생맥주를 배 터지게 먹을 거라고 했다. 하윤이는 뭐라고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빠 집에 가면 아빠는 아침으로 꼭 볶음밥을 해 준다. 아빠 집은 엄청 좁고 냉장고도 작다. 작은 냉장고에서 볶음밥을 꺼내서 프라이팬에 볶고 중간에 계란도 깨뜨려 넣는다. 불을 세게 해서 덜그럭 덜그럭 소리를 내며 볶는다. 그리고 아빠의 특징은 접시에 최대한 요리를 예쁘게 담는다는 점이다. 케첩으로 밥 위에 글씨를 써 줄 때도 있다.
"요리는 입으로도 먹지만 눈으로도 먹는 거거든."
이왕이면 예쁜 게 좋잖아, 하고 아빠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난 안 예뻐도 아빠가 해 준 밥이 맛있어. 엄마가 해 준 것보다."
"나도."
나랑 하윤이가 말하자 아빠는 큭큭 웃더니 그래도 엄마 밥이 제일 좋은 거라고 했다. 사랑이 듬뿍 담긴 최고의 밥이라고 했다.
"아빠 밥도 사랑이 담겼잖아."
"그거는 그렇지."
그레도 엄마가 해 준 밥이 제일 좋은 거라고 아빠가 재차 힘주어 말했다. 조금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최고의 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인 걸까?
아빠는 설거지를 곧장 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고 난 밥그릇을 설거지통에 대충 담가 두고 우리 옆에 앉아서 같이 TV를 본다.
그거는 엄마랑 아빠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