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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Dec 29. 2018

중소농 농가가 살아남는 방법

몸이 10개라도 모자란다

경남 양산. 날은 여전히 덥고 일은 계속되었다.


양산시청 직원분께서 추천해주신 이곳은 '친환경 둥근대마'를 주로 재배하는 곳이었다. 둥근대마? 처음 들어보는 작물에 궁금증이 생겼지만, 궁금증도 잠시 바로 일을 시작했다. 이곳도 친환경이니 내가 해야할 일은 '잡초뽑기'였다

.


잡초

끝없는 잡초들. 물만 있으면 무럭무럭 자라는 잡초들이 참 신기할 정도다. 나는 하루 종일 땅을 바라보며 잡초를 뽑고, 또 뽑았다. 


"아버님, 다했어요!"


"이제 다른 밭에 가보자"


"다른 밭이요? 밭이 여기 말고 또 있어요?"


"그럼"


농사지으시는 분들은 항상 여기저기 밭이 있는 것 같다. 끝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쉽다. 


"여기는 아까 거기보다 더 크네요?"


"응. 그래도 다 합쳐봤자 얼마 안돼"


아버님은 경남 강소농 연합회 사무국장직을 맡고 계셨다. 강소농이란, 작지만 강한 농업 경영체로, 농업 규모는 작지만 고효율과 정보력을 통해 고소득을 내는 농가를 칭한다.

둥근대마 밭

"아버님 둥근대마라는 작물은 조금 생소한데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편인가요?"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생산된 건 모두 판매하고 있어. 처음 농사 시작하고 나서는 각종 행사 같은데 참여해서 홍보도 많이 하고 그랬지"


"처음엔 주변에 둥근대마 농사를 짓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목반을 만들어서 같이 판매도 하고, 각종 행사에 참여해서 인지도를 쌓았어.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계속 주문을 해주니, 지금은 생산량의 90%가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어. 예전에는 우리가 행사를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큰 행사가 있으면 우리를 부른다니까"


아버님은 농사 이외에도 어머님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다. 직접 생산하신 둥근대마, 아로니아,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을 통해 부가적인 소득을 올리고 계셨다.

식당 내부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료 메뉴들이나 반찬들이 다 여기서 생산된 작물을 이용하시는 거예요?"


"그렇지. 식당에서 쓰는 재료는 표면이 좋지 않거나, 모양이 이상해도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적인 면이 크지"


하루 종일 밖에서 땀을 흘리고 오셨던 아버님은 샤워를 하고 오시더니, 바로 식당일을 도우러 주방에 들어가셨다. 하루 온종일 땡볕 아래서 잡초를 뽑느라 지칠 만도 하실 텐데, 체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저녁 손님이 다 빠지고, 남은 그릇들을 정리하며 하루가 마무리되는듯했지만, 아버님의 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당 정리를 마친 아버님은 스마트폰을 손에 드셨다. 그리곤 오늘 작업한 일과들을 각종 SNS에 올리고 생산된 농작물과 곧 출하될 농작물들을 홍보하셨다. 옆에서 아버님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인스타 팔로워 수가 1,700이 넘었다. 그 외에도 각종 소셜 미디어에 연결된 계정마다 수많은 팔로워들이 있었다. 이제서야 어떻게 생산하신 농작물의 90%를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중소농의 약점을 해결하려면 이렇게 열심히 홍보해서 직거래로 수익을 올리고, 식당도 홍보해야지"


'몸이 10개라도 모자란다'라는 말은 아버님을 두고 있는 말인 것 같았다. 중소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신 아버님을 보며,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농가가 작지만 강한 '강소농'이 되길 바래본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02-08.05

경남 양산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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