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도
"너 거제도 갈래?"
"거제도요?"
"응 우리 아버지가 거기서 작게 농사 지으시면서 지내시는데 한번 가보려면 가봐"
"오 저야 너무 감사하죠"
여행을 하는 동안, 페이스북에 여행 영상을 올렸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나를 응원한다면서 관심을 보인 한 남성이 있었다. 그분은 창원에 거주하셨는데, 마침 내가 창원에 갔을 때 연락이 되었고 서로 기회가 되어 만날 수 있었다. 말이 잘 통해 내가 형이라고 부르며 금방 친해졌는데, 내가 창원(마산) 이후 갈 곳을 쉽게 구하지 못하자 그 형이 자신의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계시는 거제도에 가보지 않겠냐며 제안한 것이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잘 차려진 밥상 위에 올려진 '고등어구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다. 나는 왜 고등어구이만 보면 집이 그렇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자주 구워주셨던 생선이 고등어였기 때문일까? 누구에게나 '집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이 고등어가 나에겐 그런 존재였나 보다. 이곳에서만 고등어구이를 먹은건 아니었는데, 갑자기 집이 그리워지며 집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러다 문득, 타지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 한 가족처럼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완전히 남이었던, 어쩌면 평생 마주치지 못하고 지낼 수 있었던 사람들과 한 가족처럼 거실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여행자인 나를 집에 초대해주신 가족들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다른 가족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끼어있는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남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있는 거지?'
어쩌면 나의 경험을 위해 다른 가정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농사를 전업으로 짓고 있는 곳이 아니라 딱히 일할 사람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집으로 맞이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몸으로 도와드리는 일 밖에 없었기에, 밭에 가서 고추도 따고, 잡초도 뽑고, 집 주변 정리도 하며 최소한의 밥값은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도와드렸다.
허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장마가 시작되어, 일하는 도중 자꾸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 대차게 비가 내려 하루 종일 일을 하지 못하고 방에서 쉬기만 한 날도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어차피 할 일도 없어. 이런 날은 그냥 편하게 쉬어"
내가 행여나 불편해할까봐 방도 혼자 쓰게 해주시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던 어머님. 정말 쿨하게 나에 대해 별 신경 안 쓰시는 아버님과 할아버지. 회사에서 연차까지쓰고 창원에서 거제도까지 내려온 형까지. 덕분에 이곳에 지내는 동안 마치 이 가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떠나는 날 아침.
"엄마, 동영이 간대~"
"벌써 가나?"
"네 다음에 또 놀러 올게요"
"그래 항상 건강하고, 꼭 성공해서 또 놀러와"
"네 알겠습니다! 며칠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떠나는 발걸음이 마치 집을 떠나는 느낌이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14-08.17
섬속의 섬 거제 칠천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