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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Jan 20. 2019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거야

농민이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오전 7시.


"우와 동물들이 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네요?"


"응 얘네들은 아침 7시만 되면 문 열어 주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어"


정말 신기했다. 미니돼지, 염소, 칠면조, 닭, 병아리들이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안에는 서열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동물들은 문이 열리자 차례대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통영에서 치자 농사를 지으시는 아버님의 첫 번째 일과는 치자 밭에 동물들 풀어놓기.


우리에서 나온 동물들은 치자 밭에 뭐가 그렇게 많은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의 서열 1위 복실이(개)는 자신이 양치기 소년이라도 된 듯 다른 동물들의 주위를 돌아다니기에 바빴고, 다른 동물들은 풀을 뜯어먹거나 땅에서 무언가를 주워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은 아버님의 지인분이 운영하시는 농장에서 가져온 호박을 아침 특식으로 나눠주었다. 다들 호박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있는 것처럼 달려들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맛있게 호박을 먹기 시작했다. 우걱우걱 정말 잘 먹는다.


호박 득템 후 어디론가 달려가는 미니 돼지

"아버님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밖에서 키우게 되신 거예요?"


"원래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들에게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지금은 이 동물 보려고 식당에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니까"


아버님은 직접 재배한 치자를 가공하여, 치자 국수를 비롯한 다양한 가공 제품을 만드셨고, 치자 국수를 대표 메뉴로하여 식당도 운영하고 계셨다. 식당을 찾는 몇 손님들은 동물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하기도 한다고 하셨다.


"이 친구들 모두 아버님 덕분에 행복해 보이네요"


"동물들도 좋고, 또 얘네들이 돌아다니면서 배설한 배설물이 치자나무한테는 좋은 거름이 되니까, 일종의 선순환 농법인 셈이지"


아침부터 기분좋게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전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날의 작업은 치자나무 심을 밭에 자라난 잡초뽑기였다. 아버님이 농사짓는 치자 밭은 꽤 넓었는데, 계속해서 밭을 확장 중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많은 양의 치자가 가공되어 판매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치자를 직접 가공하시게된 이유가 있을까요?"


"치자의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한거지. 1차 생산으로만은 돈이 안되니까"


사실 치자를 원물로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가공해서 판매하는게 수익률면에서는 좋다. 하지만, 제조, 가공, 유통, 판매를 직접 다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아버님은 정부가 말하는 6차 산업(1차:농업 + 2차:가공 + 3차:유통,판매)을 시행하고 계셨다. 1차(생산)부터 2차(가공), 3차(유통 판매 및 식당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아버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버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농사에 관한 것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과 각종 법규에 대해 다 알고 계셨다.


"요즘은 농업에 종사하려면 다 알아야해. 농기계 다루는건 당연하고, 토양, 토질, 기상학 같은 것도 알아하고, 가공을 하려면, 관련 법규나 규제에 대해서도 알아야하고... 건축물이 필요하면 건축법에 대해서도 알아야하고... 즉, 만능이 돼야해"


"농사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그렇지. 정부에서는 농가가 6차산업을 모두 다 하라는건데, 쉽진 않지... 이래서 농촌이나 농민에 대한 정책이 잘 뒷받침 돼야해"


"선진국 같은 경우에는 농사를 짓겠다고하면 각종 지원이 나오지. 농민도 자격증이 있어야만 농사 지을 수 있는 나라도 있고. 그리고 선진국은 농민을 단순히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국토를 보존하는 파수꾼의 역할로 보기도 해. 정부에서 농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거지. 농사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토를 보존하는 데에 가치를 더 두는 거야. 그래서 그런 지원이 가능하지"


"확실히 개념이 다르네요. 우리나라도 농민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텐데요"


"농민들도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국토를 보존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지"


"언제쯤 그렇게 될까요?"


걱정 마,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거야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17-08.20

경남 통영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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