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서 만난 열정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하동 터미널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렸죠?"
"아니에요~ 이렇게 직접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주에서 있을 때 감 농원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하동의 한 농가. 이곳의 아버님 역시 친환경 감 농사를 지으셨다. 비가 내리는 데다가 터미널에서 집까지 거리가 된다며, 나를 태우러 직접 터미널까지 와주셨다.
차를 타고 아버님 댁으로 가는 길. 아버님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어떻게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나?"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지역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시골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밥을 얻어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돌아다니다 보니 농촌과 농산물에 관심이 많아져서 지금은 농산물에 포커스를 맞춰서 다니고 있습니다"
"오호 완전 우리과구만"
아버님은 젊었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하셔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셨다고 하셨다.
"나때는 무전여행 같은걸 많이 했지. 아무튼 진주에 계신 대표님이 전화로 소개를 해주셨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더라고, 또 중국에서 유학 중인 우리 아들이 있는데 지금 방학이라 잠시 집에 와있어. 얘도 농사에 관심이 많아서, 한번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더라고. 사실 감 농원에는 지금 딱히 할 일이 없어"
"아 정말요? 아무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부모님들은 자식에 대한 걱정과 자랑을 함께 가지고 계신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아버님은 아드님과 따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셨다. 특히 농사에 관심이 많다는 아드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드님을 정말 만나보고 싶었다.
잠시 후, 감나무가 즐비한 마을 안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궁금증을 자아냈던 아드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잠은 여기 제방에서 같이 주무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아버님은 오후에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있다고 하셔서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와 아드님은 강의장 준비를 돕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에 있는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공부 중인 이 친구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만났던(농업에 종사하는) 어느 청년들보다도 농업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지식에 해박한 친구였다.
나는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금까지 시골 배낭여행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농사와 농산물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이 친구는 그에 대한 정확한 내용과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이나 방안을 막힘없이 이야기해주었다. 또한,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나 중국 농업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중국은 빠른 발전을 하고는 있지만, 농업분야에서는 아주 뒤처져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의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었고,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정부가 바라보는 농업, 농업 분야로 진출하는 중국의 기업들, 농업 기술 보급을 위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랄까, 나는 그저 이 친구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메모하며 수업을 듣는 학생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이날 약 3시간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고, 내가 이곳에 지내는 동안에도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농업 분야로 진출한 중국 청년들의 이야기,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을 통해 농업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들... 지금까지 내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고, 나는 지금까지 농업의 발전에 대해 이렇게 깊고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친구는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농업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실질적으로 경험해보며 농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실행해 나가고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린 동생이었지만, 이 친구와의 대화를 하면서, 여행을 하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느낀 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하려면 전문적이고 제대로 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나는 이 친구의 앞날이 너무 기대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농업에 종사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실전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와 같이 열정 있고 지식이 있는 청년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면, 우리나라 농업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흥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이 친구와 같은 청년들이 활기찬 농업을 이어가길 기대하며, 이곳에 지내는 2박 3일 동안 나에게 이런 귀한 시간을 갖게 해 주신 아버님과 아드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9.01-09.03
경남 하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