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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마닐 Jul 16. 2024

옛날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신상 마을책방

동고동락 협동조합을 아시나요?

장마긴 해도 마른 장마인지 비 소식이 드문드문 오는 가운데, 어젯밤에는 비가 많이도 왔는지 아침에 나와보니 두모천 물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특히 다리를 지나서는 연결되어있는 커다란 파이프에서 물이 합류해 더 불어나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래프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는데 라운지에 도착해서 이 얘기를 하니 실제로 배 모양의 튜브를 타고 불어난 두모천을 즐긴 친구가 있단다.


양반은 못되는지 오전 객실 청소가 끝나자 그 친구가 라운지에 방문했다. 다형 님은 청년 농부로, 수진 님과 마찬가지로 남해의 대표 N잡러 중 한 명이다. 수진 님에게 책방이 삶의 중심이라면, 다형 님은 농사가 삶의 중심이다. 올해 2톤 가량의 단호박을 수확했다는 소식에 축하인사를 건넸다. 설마 오늘도 두모천을 즐기려나 눈치를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튜브 위치를 묻는다. 세상에, 농촌에 이렇게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다.


유정 님, 린지 님과 함께 나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튜브 타는 다형 님을 지켜봤다. 유속이 느린 당산나무 근처에서 하천으로 내려가 다리 앞까지 한번 타고, 그 다음에 다시 다리 앞에서 타서 체험관 근처까지 내려갔다 온 모양이다. 농부는 농부인지, 노 대신 삽을 들었다.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께서 "저 바보는 바다까지 떠내려가면 어쩌려고 그러냐"하며 걱정하셨다. 다행히 다친 곳 하나 없이 뭍으로 올라왔다. 죽을 것 같진 않지만 다치지 않을 자신은 없어서, 지켜보다가 슬쩍 합류해보려던 마음을 접었다.



비도 오는 김에 저녁에는 애호박전을 부쳐보기로 했다. 동그랗게 썬 애호박을 부치는 게 아니라, 채 썬 애호박을 부치는 방식이다. 어머니가 보내준 커다란 애호박을 두 개 썰고, 양파도 두어 개 더했다. 마침 숙소에 손님들이 와서 같이 나눠먹었다. 커다랗고 두툼하게 부쳐낸 애호박전은 달고 맛있다. 시중에 파는 예쁜 애호박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과육이 훨씬 달고 부드러워 전으로 부쳐내면 이보다 맛있는 게 없다. 전을 부칠 때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린 다음 잠시 핸드폰을 만지며 논다. 슬슬 팬에서 전이 스스로 움직일때 쯤 뒤집고, 또 한참을 기다린다. 바삭함을 위해 부침가루 반, 전분가루 반을 넣는다. 물은 따로 넣지 않는다. 애호박에서 물이 나오니까. 여름철 별미다.



식사를 부지런히 마친 후에는 인터뷰를 하러 떠났다. 남해 바래길센터가 있는 앵강다숲에는 요가 선생님이 두 분 계시는데, 한 분은 지난번에 바래길 관련해서 얘기를 많이 나눠주신 문기 님이고, 오늘 만나는 분은 수민 님이다. 수민 님은 요가 강습을 하며 동고동락 협동조합이라는 단체에서 활동가로도 일하고 계신다. 상주 은모래비치 앞에 있는 마을빵집 동동에서 퇴근하는 수민 님을 만나 바로 옆에 새로 오픈했다는 마을책방으로 이동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남해는 오픈빨이 잘 받는 동네는 아니다. 어딘가 새로운 장소가 생겼다고 해도 동네 주민들이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상 카페나 신상 빵집, 신상 책방의 소식들은 보통 동네 주민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 신상 마을책방의 소식도 그렇게 마을 주민인 수민 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방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조합의 활동가들이 각자의 재능을 살려 조합을 통해 다양한 활동들을 벌이고 있다. 책방에서 대안학교인 상주중학교의 초대 교장선생님을 지내신 여태전 선생님의 책과 다양한 남해 관련 서적, 소설, 인문학 서적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인테리어가 희안하다. 알고 보니 옛날 목욕탕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란다. 원래는 마을빵집 동동이 이 자리에 있었는데, 빵집이 앞으로 이사하며 빈 자리에 마을책방을 만들었단다. 지난 주에 가오픈을 하고 다음 주에 정식 오픈을 하는 따끈따끈한 신상 책방이다. 남해에서 모임을 열고 싶거나, 남해 관련 책을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다.


동고동락 협동조합은 상주중학교 학부모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조합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귀촌을 하신 분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한다. 남해 연구를 하기 전에 사전조사를 할 때 소멸지수를 확인해보니 남해읍과 상주면만 다른 면에 비해 청년이 굉장히 많은 것을 확인했었다. 남해읍은 읍지역이라 그렇다지만 상주면은 왜 많을까? 하고 고민했었는데, 바로 교육 덕분이었다. 아이들에게 보다 건강하고 즐겁고 유익한 학창시절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학부모들의 의지가 모인 곳이다. 교육 때문에 귀촌을 하면 최소한 3~4명의 가족이 이주를 하니 지역 입장에서는 청년과 어린이 유입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대신 별다른 인프라가 없으니 학부모들이 직접 그 인프라를 만들게 된 것이 조합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조합장님이나 초대 교장선생님의 인터뷰를 다시 해보기로 하고, 밤 늦게까지 수민 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귀한 시간과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분께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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