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한 연인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목을 놓아 울면서
걸어 들어간 departure 이라고 적힌
문을 생각할 때마다
손가락 끝의 뼈부터 심장까지 아렸다.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1년 한국을 떠나기 전 바로 그 곳에서
바로 그 커피를 오른 손에 들고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바로 그 엄마를 마주하며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격리되고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집에서부터 방으로 격리되는
그 차원이 가두는 방 안에서
그의 안부 연락이 오는 순간에는 웃었다가
연락이 오지 않는 순간들은
짜내어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을
또 흘려내며 새벽 세시를 향하는 시각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모르고 저지른 이별은
주변 사람들에게 대충 의지하고
찾으면 찾는대로 보는 tv 프로그램에
주의를 할애하거나
유튜브에 랜덤으로 뜨는 것들을 하나씩
클릭하며 시간이 흐르는 대로
울음이 그쳐지지만
알고 저지른 이별은
open heart surgery 를
open brain surgery 를 연상시키는
고통과 아스러지는 그러나 견뎌야 하는
칼날을 고스란히 읽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웃기만 하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가슴이 아프기에
여기까지 하자는 그의 말은
그 말이 무색하게도
지금 3일 째 겨우 주고 받는 문자에는
만남보다는 이별을 준비하는
집행 유예 기간의 냄새가 더 났다.
마셔서 취하지도 않는 술은
배만 더부룩하게 했고,
전화해서 하소연 하려는 친구는
2주 전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마시면 손만 더 떨리는 커피는
한 잔으로는 부족했다.
안 마시면 안 마셨지.
그러나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이 덜 가는 것도 아니었고,
헤어진 그 시각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이제 살아야 하는 시공간은
사포로 심장을 긁어내는 것 같이
생살이 아플 뿐이다.
이럴거면 왜 왔냐고.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했고,
예상한 대로 일어나는 이 일을
상쇄시킬 사건은 억지에 가까웠다.
그의 시공간에는 내가 없는 방식으로
그의 시공간은 그가 그래도 만나야 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나의 시공간은 그가 없는 방식으로
엄마 아빠의 잔소리로 채워진다.
하루 전까지 연인인 당신이
하루를 기점으로 타인이 되는
그 절묘한 아니, 그 당연한
차원의 장난 아닌 진실만큼
나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인생이 뭐냐고.
자기 인연을 지키는
물리적 방법을 터득해내는 것.
마음으로는 지킬 수 있는
시공간은 한정적이었다.
나 빼고 멀쩡한 이 세상을 견뎌야하면서
괜찮을까봐 중국어 단어라도 외워보려고 하지만
실리적인 인생의 방향이 흐트러졌다고 인지해서
그런지,
뭐든 그렇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또 저녁이 오고있다.
또 울어야 할 시간이 온다.
상실이 뇌를 지배할 때는
흘리는 눈물이 유일한 중력인 양
나는 그 차가운 눈물에
내 55키로의 몸무게를 의지하고 있었다.
넷플릭스에서는 온 타인들의 이야기로 가득했고,
현실에서는 가까운 타인들의 이야기로 가득했지만,
내 현실을 지키는 건 바로 나여야 했다.
바로 이 사람이어야 했다.
내 인생이 어려웠던 건,
타인을 너무 의식하는 자신이
자신을 믿지 못해서이고,
성공보다는 실패한 눈물에 일찍
정이 들어서 행복한 자신을 감당하기
버거워서였다.
이제 엄마 카드도, 아빠 카드도,
절친 카드도, 남친 카드도 없는 이 시공간에서
나는 그래도 마지막 남은 카드를
상상하는 바람에 글을 여기까지 쓸 수 있었다.
무를 감당하는 유는 너무 무겁고 버겁고 무섭다.
그리하여 인간은
물질이 필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 마지막 카드가 유효한 것의
유무와 상관없이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자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그 사람의 연락을 받으며
함께였던 시간동안 나만 좋았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인간은 살면 살 수록
얼굴이 두꺼워져야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두꺼워지는 게 두려워서
놓고 놓고 놓던 손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당신의 손을 그렇게 잡았던 것처럼.
혼자 태어났기에 인연은 어쩌면
혼자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연인이라 착각한 사람도
그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그 모든 적나라한 truth 속에서
나는 네 손을 네 허락없이 잡을 수
있고도 네 웃음을 지킬 수 있었던
그 10 주를 게속할 수 없는 방식으로
추억해야 하는 게 두려운 방식으로
잊을 수도 없고,
다시 살아낼 수도 없는
그 시공간에 갇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만 쓰지 않길 바랐었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남는 바람에
문법에 그렇게 조건절이 1단게부터 3 단계까지
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poor little thing. .. .
I m never even 31 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