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유전'이라는 말이 있다. 예수가 출현하기 이전, '랍비'라고 불리던 유대의 장로들이나 선지자들이 -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받은 십계명 및 모세 5경을 근간으로 하여 - 유대인들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행동규범과 법칙들을 상세하게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는데, 그것들을 율법화하고 체계화하여 개인들이 반드시 지키면서 살아가도록 만든 일종의 생활 지침서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모든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포경수술을 해야 하고(마취제도 없던 시절에???), 안식일에는 어떠한 장소에는 가면 안되고, 제단의 불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켜져 있어야 하며, 새김질하고 굽이 갈라진 동물만 인간이 잡아먹을 수 있으며,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물고기는 못 먹고(몸에 좋고 맛 좋은 장어 못 먹음?), 성막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조건 손발을 씻어야 하며, 제사장은 반드시 어떠한 옷을 입을 수 있고 어떠한 옷은 입으면 안 된다는 둥..... 수백 가지의 율법을 만들어 유대인들로 하여금 모두 지키면서 살도록 했다고 한다.
하나님을 열심히 찬양하고 또한 계시를 받은 모세의 경전들을 자세하게 해석하는 것이야 뭐 정성의 일부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율법들이 오히려 개개인들의 삶을 너무 구속하고 속박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하나님 말씀의 본 뜻은 사라진 채 그 율법의 형식과 제한 때문에 본말이 도치될 수도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갑자기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안식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의사를 부른다거나 돈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배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무인도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사람이 굶어 죽을지언정 새김질하지 않는 돼지 같은 동물은 잡아먹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는 말이다. 이는 마치 영어 공부를 할 때 단순하게 암기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관용구 같은 것들을, 유독 심오한 한자어를 써가며 재귀대명사니 현재완료진행형 이라느니 해가면서 실제 외국인과는 한마디의 대화도 하지 못하면서 책상에 앉아 문법공부만 하고 있는 모양새와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실제로 계명을 만든 하나님은 쿨하고 단순 명료하게 큰 뜻을 내려주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랍비, 즉 장로라는 사람들이 그 계명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어서 여러 가지 장식을 입히고 절차를 만들어 막상 본 뜻보다는 그것을 지키는 모양새와 눈에 보이는 형식이 더 우아해 보이도록 하는데 골몰하고 있었으니, 훗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예수가 그 꼴을 보고 한심한 자들을 외식(外飾)하는 자들이라고 훈계하면서, 손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일침을 놓았을 것이 자명하지 않았겠는가.
사실 21세기에도 각기 다른 종교의 여러 관습들에 이러한 현상이 남아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허례허식과 외부로 보이는 모습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서 막상 경전의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이 절차상 지켜야 하는 규범들에 들씌워져서 각종 행사에 이리저리 치여 이것이 도대체 종교인지 레크리에이션인지 체육대회인지 모를 정도로 현란한 집회라든지, 값비싼 샹들리에와 크리스탈 교단의 눈부신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하여 수만 명 규모가 들어찬 대예배당 속, 우아한 가운을 입고 찬송을 하는 성가대의 기품 같은 것들은 필시 하나님이 우선순위로 두었던 계명의 근본적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하나님의 가르침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가르침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약성경, 즉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기독교는 하나님의 계명과 가르침에 대한 보다 근원적이고 세련된 접근을 허락한다고 생각한다. 율법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계명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것을 하나님이 만든 것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계명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것이 분명한 것인즉, 그것을 지키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그것이 하나님이 만든 계명인지 인간이 덧붙여서 만든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본 뜻이 와전된 법칙이나 형식에 대한 이러한 가르침은 비단 종교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쌓게 되는 가족관계나, 사회생활, 각종 조직생활이라든지 혹은 교육이나 명상 같은 행동에서도 모두 고려해보아야 할 지혜를 전달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나이롱 신자의 얄팍한 잡담을 줄인다.
[마태복음 15:2-9]
당신의 제자들이 어찌하여 장로들의 유전을 범하나이까 떡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아니하나이다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는 어찌하여 너희 유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뇨 하나님이 이르셨으되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시고 또 아비나 어미를 훼방하는 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셨거늘 너희는 가로되 누구든지 아비에게나 어미에게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 부모를 공경할 것이 없다 하여 너희 유전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도다 외식하는 자들아 이사야가 너희에게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일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