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수업 1

매주 화요일 소설 공부를 합니다(2025.12.2.)

by 리다

안녕하세요, 000 씨는 아직 안 오셨나요? 역에서 이제 올라오고 계시다고요? 5분 정도면 기다렸다가 시작할까요?


괴테가 말했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쓰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은 그대로 쓰이지 않고 왜곡된다. 화자의 시선에 의해 변형되어 이야기되어지는 것이 글이 됩니다.

발터 벤야민은 기억에는 자발적 기억과 비자발적 기억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억해서 기억되어지는 것과 어느 순간에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지요. 진정한 소설은 비자발적 기억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의도해서 떠올리고 짓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내게로 와서 글이 되지요.


('비자발적 기억' 한 마디를 들은 것만으로 오늘 수업에 참여한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시작한 지 십 분만에 충만해집니다.)


김유담 씨의 '없는 셈 치고'를 읽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지우고 싶은 존재'가 있을 것입니다. 화자에게 '민아'는 지우고 싶은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지우고 싶은 존재', 누구나 한두 명쯤은 품은 그 존재가 소설이 되기도 합니다.)


성해나 씨의 '후보'입니다. 한자로 풀어쓰면 '뒤로 걷기', 거꾸로 걷는다는 뜻입니다. 소설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배경'에 대한 설명입니다. 장황하지 않게 잘 풀어내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이 배경 설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매개'입니다. 여기서 진공관 앰프는 이야기의 좋은 매개체입니다.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시간에 따른 공간적 배경의 변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작자는 도치법을 써서 거꾸로 돌아가는 마무리를 하는데요, 가장 가까운 과거에서 시작하여 가장 먼 과거로 돌아가며 끝이 납니다. 도치법으로 소설을 쓸 때 정석이 되는 좋은 방법입니다.

(네, 선생님. 그렇게 '상수시'의 유래, 의미를 알게 되는 첫 장면에서 눈이 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글은 내적 독백의 서술 기법으로 쓰셨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고 말하는 대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쓰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이것이 심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옆자리의 신사분이 뒤풀이를 권해온다. 새벽형 인간인 나에게 저녁 스케줄과 이어지는 밤의 뒤풀이는 무리다.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생각한다. 30분 정도의 커피 한 잔이라면 나쁘지 않겠다고.)

수요일 연재